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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Jun 20. 2019

모험 아닌 여행

<파리는 날마다 축제> / 어니스트 헤밍웨이

...’걱정하지 마, 넌 전에도 늘 잘 썼으니, 이번에도 잘 쓸 수 있을 거야. 네가 할 일은 진실한 문장을 딱 한 줄만 쓰는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 한 줄을 써봐.’ 그렇게 한 줄의 진실한 문장을 찾으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었다.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왜냐면 언제나 내가 알고 있거나, 어디에선가 읽었거나, 혹은 누군가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 몇몇 진실한 문장이 있게 마련이었으니까. 만약 내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글을 쓰거나, 혹은 뭔가를 알리거나 소개하려는 사람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그 수사적인 표현이나 과장된 문장들을 다 지워 버리고, 내가 쓴 첫 번째의 간결하고 진솔하며 사실에 바탕을 둔 문장을 출발점으로 삼아 다시 썼다.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만 글을 쓰기로 작정했다. 나는 작업실에서 글을 쓰는 동안 언제나 그 결심을 지키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것은 엄격하고 유용한 나만의 글쓰기 원칙이 되었다.


...결국, 내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믿음이었다. 먹을 것을 줄여야 할 처지라면 배고픈 상태로 너무 많은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 배고픔은 좋은 훈련이자 교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그들보다 앞서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내가 그들보다 너무 앞서 있기에 제때에 끼니를 때울 여유조차 없지만, 그들이 나를 조금만 따라와 준다면,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은 대부분 그 구역에 단골 카페를 정해 놓고 그곳에서는 절대로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혼자 앉아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었고, 그 카페 주소로 우편물을 받기도 했다. 애인과 밀회하는 장소로 이용하는 카페를 따로 정해 놓고, 사람들과 만날 때 이용하는 중립 카페 역시 따로 정해 놓기도 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곳에 자기 애인을 데려와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식사하러 가는 중립 지대의 비싸지 않고 편안한 단골 식당도 많이 있었다. 그 근방에는 몽파르나스 구역의 카페 돔, 카페 로통드, 카페 셀렉트가 있었지만, 초기의 파리에 관한 책에 자주 등장하는 레스토랑 쿠폴이나 딩고 바 같은 번듯한 업소는 없었다.

글을 쓰는 데에도 역시 여러 가지 비결이 있다. 글을 쓰다가 어떤 부분을 생략할 때, 그 순간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생략해서 잃어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생략된 부분은 언제나 남아 있는 부분을 더욱 강력하게 해 준다.






지칠 대로 지쳤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
현실 속 나에게 잠시나마, 마치 기분 좋은 꿈속에 있는 듯한 시간을 준 책이다.

여행지 곳곳에서 내가 보았던 헤밍웨이의 흔적에 숨을 불어넣어줬달까?
쿠바에서 본,

내가 본 흉상 중 가장 행복해 보였던 헤밍웨이나
파리와 마드리드 여러 카페의 벽면을 장식한 사진들 속에서 상상하던 그의 모습이

내게 더욱 실제적이 되었다.

그리고 백여 년 전 그와 그의 친구들이 그랬듯
파리에서 단 며칠뿐이더라도

단골 카페 두어 개쯤 만들어 드나들며 글을 끼적이거나,

여기에서 참아 두었던 한숨을 몰아 내쉬거나,

창밖을 내다보고 싶어 졌다.

모험이 아니라 채우는 여행을
올해 나에게는 선물로 주고 싶어 졌다.

날마다 파리에서
그가 느꼈던 축제와 같은 황홀함에 취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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