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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Sep 03. 2019

자라나는 어른

<믜리도 괴리도 업시 > / 성석제

'나나 저 아이나 다 겪어보고서 알게 된 거지만,
사람은 죽도록 저 하고 싶은 것만 하다가 죽을 수도 있고, 그걸 안 하는 것만 가지고도 행복할 수 있어요.
생각하면 인생이라는 건 얼마나 모를 것인가요?
누구에게나 단 한 번뿐인 도박판이니 짜릿짜릿하지요.'


'나도 알고 있긴 해.
우리나라에서 난다 긴다 하는 극단, 연출가, 극장 모두 사실은 필생의 '한 방'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젊든 나이 들었든 뭔가 크게 하나 히트 치면 그걸 메인 레퍼토리로 하고
새롭고 다른 메뉴를 조금씩 보태가며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관광과 여행, 모험은 뭐가 다를까.
대상의 거죽을 스쳐지나는 것과 거죽 속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자신의 거죽을 열고 세포 속의 에너지를 대상과 뒤섞는 것의 차이?
결국 여행을 하고 모험을 겪고 나면 그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는 거지.'


'단 한 권의 책을 찾는 과정이 단 한 권의 책이었군요.'


'탄생뿐 아니라 너의 첫 호흡, 너의 옹알이, 울음, 까르르하는 웃음, 뒤집기, 처음으로 '엄마 아빠'라고 부른 것,
네 손으로 물을 마신 것, 너의 그림, 노래, 글, 춤, 연기, 첫사랑, 열 번의 프러포즈, 아홉 번의 이별 그 모두가 신비 그 자체.
너의 시간, 너의 삶, 너의 일상은 오직 하나뿐이고 유한하고 바스러지기 쉽고 그래서 고귀하다.
너는 무엇과도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존엄성 그 자체다.'


'길로 덮인 세상을 유행하는 내게 서슴없이 다가와 나를 통과해가는 이야기들, 존재들, 삶이 고맙다.
사랑이, 미움이, 적멸이, 모두 다.’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도 소설이지만
작가의 말, 저 마지막 구절에서 가슴이 쿵하고 무너졌다.

그의 소설이 단순히 이야기여서 좋았던 것은 내가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다.
그의 소설이 무거워졌다고 슬퍼했던 게,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슬픔 다운 슬픔이었다고 느끼는 일들을 몇 번 거친 이십 대 후반이었다.

그리고

사랑도 미움도 적멸도 모두 고맙다고 하는 저이의 말에
아직 닿지 못한 서른 중반의 나는
저 말이 가슴 한복판에 얹힌다.

아마도 그 경지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까?

언제나처럼 그의 이야기는 수려하나 그보다는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이 불가능한 성석제라는 작가, 아니 사람의 성장을
그보다 수십 년 어린 내 눈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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