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이 일렁이나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와사비를 선물하세요."
첫 정성. 첫 두드림.
누군가와 맺은 관계의 깊이가 깊어지면, 우리는 용감하게 첫 선물을 튼다. 그 한 걸음이 서로를 서로에게 더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게끔 해주니까. 한 발짝 다가가는 틈에 우리는 서로를 향한 깊은 애정을 확인한다. 그러고 나서 자칭타칭 선물 중독자들은 서로에게 더 반짝이고, 값진 선물들을 전해주기 위해 앞다투어 사재기를 하기 시작한다. 다음번 만남 때까지 그 사람을 생각하며 준비한 보석들을 보석함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짠 하고 공개하는 순간, 기다려왔던 행복이 폭죽처럼 터지니까.
서로에게 살금살금 다가가다가 어느 날 정성스런 선물을 터버리면, 저만치 멀찍하던 서로가 단숨에 가까워지곤 한다. 서로에게 선물하는 사이가 된다는 건,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들의 형체 없는 마음들이 하나의 물체에 깃들어 우리의 마음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새삼스레 찾아든 감사함과 친밀함을 마주하곤 하니까. 무언가를 갑작스레 선물 받은 사람의 잔뜩 상기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세상이 한층 따스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게 선물하길 즐겨하는 자들의 일상이다.
내게도 이런 마음을 주고받는 벗들이 있다. 약속 날이 다가오면, 우리는 마치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양손에 작고 새로운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괜스레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만난다. 누군가가 세상살이에 버거워할 때면, 평소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것들을 조심스레 건네며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기뻐할 일이 생기면, 관습처럼 서로에게 애정을 담은 편지와 물건들을 그러모아 작디작은 이벤트 공세를 한다. 우리의 SNS 알고리즘은 어느새 세상의 온갖 선물할 거리들로부터 점령당한 지 오래다. 우리는 날마다 서로에게 선물할 타이밍을 찾는다. 가끔씩은 누가 누가 더 선물을 많이 하나 대결하는 것 같기도 한 우리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틈을 내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에 맞는 선물을 준비하는 일은 참 정성스럽다. 우리를 끌어당기는 번거로움이라는 묵직한 중력을 이겨내고, 누군가를 위해 힘찬 발걸음을 하는 거니까.
뙤약볕이 따갑게 내리쬐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오늘 같은 여름날, 나는 도통 구하기 힘들다는 신상 과자들을 찾아 온 동네 한 바퀴를 휘젓고 다녔다. 1 봉지만 사서 혼자만 맛보기는 너무 아쉽다 싶어 친구들에게 나눠줄 과자까지 구하느라 몇 군데를 돌았던 것. 언뜻 보면 잘못된 만남 같은 호기로운 와사비 과자들. 이 멋쟁이 과자들도 이리 대담한 행보로 누군가의 마음을 잔뜩 두드릴 테지. 우리가 선물하는 순간처럼.
정성스레 땡볕을 지나, 코끝을 톡 쏘는 와사비처럼 거침없이, 누군가에게 또 한 번 내 마음이 닿기를.
오늘은 유독 볕이 따갑네요. 한낮의 산책만으로 어디 멀리 휴가 다녀온 사람 마냥 새까맣게 타버린 하루입니다. :0
농심에서 60주년을 맞이해 와사비 맛 과자들을 출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개다 톡 쏘는 와사비 맛이 강해서 맛있지만, 크레오파트라 포테토칩이 더 조화롭고 맛있네요. 먹태깡 러버로서, 와사비 새우깡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얼른 친구들에게 나누고 싶어요. 동네 가게에 여유 재고가 있다면, 한 번 드셔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