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볕뉘

사랑은 언제나 작은 틈을 통해 비치고.

by 편린
『 표현 수집가의 말맛 노트 』는 우리가 값진 표현들을 얻어 더욱 풍성하게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하는 연재 노트입니다. 매주 월요일, 신선하고 다채로운 표현들을 하나씩 새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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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2) 그늘진 곳에 미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
3)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보살핌이나 보호


분주한 일상을 이리저리 치우칠 정도로 바삐 채우던 태양 같은 사람. 낯선 호기로움으로 잔뜩 무장한 채, 그의 자그마한 틈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비집고 들어오는 한 줄기의 볕뉘가 있다.


무던함과 강인함이라는 감투를 쓰고 다소 그늘진 어른으로 살아가던 사람. 어느 날부터 그와는 전혀 다른 기운으로 그를 조금씩 물들이는 한 줄기의 볕뉘가 있다.


나의 사랑은 보통 그 두 개의 지점 사이 어딘가에서 서성이다 시작되곤 했다.


예상치도 못한 장소,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급작스레 비치는 볕뉘와도 같은 사랑. 그 시작이 찰나였기에, 그 잠깐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려 아등바등 대다가 이내 그 불완전한 합일이 깨어질까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햇살 간의 강렬한 교감.


그렇게 교차한 두 줄기의 볕은 이질적인 온도 탓에 때때로 분리되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서서히 온건한 온도로 타협하며 섞이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정성스런 보호의 울타리인 볕뉘를 제공하며. 때때로 아버지와도 같은, 때때로 어머니와도 같은 넓디넓은 아량을 펼쳐가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파고든 볕들은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오고, 세찬 바람이 불어닥쳐도 쉬이 흩어지지 않는다. 슬며시 스며든 서로가 서로에게 이제는 든든한 기둥이 되었으니.


그렇게 우리의 사랑은 언제나 작은 틈을 통해 비치고, 그 사랑을 감싸안는 찬란한 빛무리가 되어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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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제주의 한 플랜테리어 카페에서 찍어둔 포실한 볕뉘의 현장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dZqMVzALzk&list=RDhdZqMVzALzk&start_radio=1

'박찬영 - 볕뉘'와 함께 읽어보세요. :)


연재 브런치 북 『 표현 수집가의 말맛 노트』에 등장하는 단어의 정의들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국어사전, 그 외 기타 문학 속 표현들을 참고하여 쓰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pyeonrin/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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