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온기 일지] 우리의 노동은 계속된다.

여섯 번째 이야기

by 편린

이제 로봇들이 우리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가 왔으니, 고되고도 치열하게 살아왔던 노동의 시대는 종말하고, 우리는 이전보다 좀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걸까.


누구라도 거칠고 혹독한 노동의 현장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면, 그 광경을 목도하기 이전의 상태로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 몸의 한 군데쯤은 거뜬하게 갈아 넣는 용감무쌍한 투지, 그 어떠한 일과도 감히 맞바꿀 수 없는 궁지에 몰려버린 생에서 견고히 피어오르는 의지. 그 속에 들어앉아 있노라면, 문득 그 열기에 속절없이 데이곤 한다. 그런 사람들의 집념에 단 한 번이라도 압도되어 본 적이 없는 자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그 기개를 느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인다.


새벽 일찍부터 하루를 열어 다시금 어둑해지는 새벽까지 온종일 분투하는 사람들. 그들의 값진 노동에는 대부분 육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소진하는 방식이 깊게 물들어있다. 심지어는 노동할 기회와 하나뿐인 건강을 맞바꾸더라도, 이리저리 부름에 이끌리는 시간과 온전히 본인을 가꾸는 시간을 물물교환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의 노동은 계속된다. 책상 앞에 빽빽이 둘러앉아 온종일 머리를 싸매고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도 멋지지만, 그보다 생동하는 현장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자들이 더 존경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문득 그들을 움직이는 동인이 무얼까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런 막강한 생활력은 어디서부터 터져 나오는 걸까.


사랑. 아무래도 사랑이다. 사랑이 없이는 도저히 떠밀려오는 집채만 한 노동의 파고를 견뎌낼 재간이 없으니.


고된 하루 끝에 귀가한 방 안에서 토끼 같은 자식들이 고봉밥 한 숟가락 크게 떠먹는 장면을 지켜보는 일. 상한 몸을 이끌고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부모님께서 덕분에 평온을 느끼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이런 것들은 고달프고도 버거운 그들의 하루 끝에 찾아오는 귀한 결실이다.


그런 노동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헌신적인 노고. 수만 년이 흘러 우리의 터전이 우주의 다른 어딘가로 옮겨간다고 해도 영원히 지속될 우리만의 다정한 노동법.


그렇게 우리의 수고롭고 전투적인 노동은 계속된다.



https://brunch.co.kr/@pyeonrin/17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6화[온기 일지] 하와이 우버 아저씨와 오아후 섬 뿌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