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가빠질 때마다

성취 중독자가 퇴사하면 생기는 일

by 편린
「출근 대신 유영 중입니다만」의 연재 요일을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변경했습니다. 회사를 다닐 적에 가장 지치고 힘들었던 요일이 목요일이었다는 것이 문득 떠올랐어요. 그래서 여러분과 해당 요일에 퇴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항상 미진한 글에 귀를 기울여주셔서 고맙습니다. :)


며칠째 왼쪽 심장이 저며와 공덕의 한 심장 전문 내과를 찾았다. 고작 만 28세밖에 되지 않아 심근경색을 의심하게 될 줄이야. 당일까지 마감인 일들이 수두룩했다. 그치만 오늘 생이 끝나면 내일의 나는 없을 텐데, 수많은 당면 과제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용기를 낸 발걸음. 40만 원에 육박하는 검사 끝에 다행히 큰 문제는 없다는 결과지를 받아냈다. 아마도 심리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소견. 하나의 사업체를 매니징하고, 또 다른 개인 사업을 준비하고, 자잘한 사이드 프로젝트들까지 모두 챙기다 보니 자연스레 주말도 없는 일상을 보낸 지 어언 한 달째였다. 여가 시간과 업무 시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것이다. 회사를 나와 애정하는 일들을 벌려놓기 시작하니 유영하듯 살아가자는 목표는 어느덧 흐려지고 또 과한 욕심을 부리고 말았다.


무리하다가 몸이 축난 경험이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다. 회사를 다닐 때도 늘 더 멋진 사원이 되어보겠다고 욕심을 내다 몸속에 자그마한 혹을 키운 적도 있었다. 애쓰는 게 습관인 나는 사실 퇴사조차도 남다르게 했다. 사내에서 연이 닿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손 편지를 쓰고 선물을 포장해 돌렸다. 크나큰 사옥의 온 층을 몇 주째 오르내리며 지칠 정도로 많은 인사를 건넸다. 매번 같은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회사를 완전히 떠나던 마지막 날에는 아쉬운 마음에 왈칵 눈물까지 쏟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긴장이 풀리며 결국 탈진 상태에 빠졌다. 병원에 달려가 수액을 맞고 돌아왔지만, 한동안 건강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 살아온 인생 덕에 그만큼 얻은 것들도 많다. 회사를 나온 지 한참이나 되었지만 둘도 없는 친구로 남은 동료들 덕에 아직도 근근이 재미난 콘텐츠 소식을 귀동냥하곤 한다. 보통 20대라면 한 번쯤 꿈꾸는 것들도 정말 많이 시도해 보았기에 지난날에 대한 후회도 잘 안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때때로 부리는 과욕 끝에는 언제나 무시무시한 병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 몸은 본인이 혹사당하는 것을 지독히도 잘 알아차려서 때마다 다양한 신호를 보내왔다. 물혹, 탈진, 몸살을 비롯한 각종 염증성 질환들. 그런 신호들이 올 때마다 다짐하는 건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힘은 쏟되 부디 몸이 다 부서져버릴 때까지 나를 몰아세우지는 말 것. 본인의 페이스를 넘어설 만큼 무리하는 습관에 대한 경계심을 키울 것.


조금만 힘을 빼면 그 안에 여유가 깃들고, 고장 나지 않은 채로 더 먼 미래를 그릴 수 있을 테니.


어느덧 7월의 마지막 밤입니다. 하반기에 맞이한 첫 달,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운찬 8월이 되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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