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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고미숙-

by 라엘북스


백수라는 말 자체를 대부분 듣기 싫어하는데, 아마도 이 세상에서 쓸모 없는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쓸모가 없다는 말은 모든 것을 상품화해버리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가장 듣기 거북한 말이다. 그래서 백수로 존재할 때는 주위 사람들에게 여간 미안해지는 것이 아니다.


주변 친구들이 그들 나름대로 백수의 시절을 보낼 때,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여 잠수를 타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나여도 그렇게 했겠지...부끄러운 것이 결코 아님에도 그냥 그렇게 된다. 다른 이들 발걸음 속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것 때문에.


그런데 여기에 백수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나타났다.

조선에서 백수의 삶을 살아간 연암 박지원이 그 모델이다. "백수는 인류의 미래"라고 외치는 고미숙 저자는 남산강학원과 감이당을 운영하며 청년백수들과 함께 인문학을 공부한다.


저자는 백수를 정의하기를 다음과 같이 한다.


"정규직이 타임푸어라면 백수는 타임 리치다. 청년 백수는 그야말로 타임 '슈퍼 리치'다. 모두가 바쁘다고 동동거릴 때 한없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몹시 '고귀한'존재다."(p.90)


크어~~ 얼마나 멋진 정의인가. 이 여유를 삶에서 즐기는 것이야 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나도 그렇지만 인생에서 무엇인가 목표가 없으면 불안해 했다. 이 목표를 꿈이라 부르기도 하고, 목적의식, 야망 등 다양하게 불러왔다. 그리고 이러한 명확함이 없는 사람은 '꿈도 없다'며 속으로라도 비난했다. 그런데 사람은 꿈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사니까 꿈을 꾸는 것이지. 그렇다면 매일 매일 산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바쁘지 않으면 바쁜 척을 해서라도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어요'라고 알리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어찌보면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꿈을 이루기 위해 살지 않는다. 어떤 가치, 어떤 목적도 삶보다 더 고귀할 수 없다. 살다 보니 사랑도 하고 돈도 벌고 애국도 하는 것이지, 사랑을 위해, 노동을 위해, 국가를 위해 산다는 건 모두 망상이다."(p.28)


삶은 '오늘'이 쌓여서 완성되어간다. 미래를 위해 얼마나 오늘을 희생했는지 모르겠다.

자, 모두 관계와 유머와 오늘이 풍성한 백수가 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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