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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이 가득한 자유, "남미히피로드"-노동효-

by 라엘북스

현대인의 딜레마, '일을 해서 돈이 모이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일을 쉬어서 시간이 많으면 돈이 부족하다'는 것. 나 역시도 현재는 일을 하고 있어서 고정수입은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에효, 그래도 어쩔 수 없지'하며 지내지만, 요즘 읽는 책을 보면 이 딜레마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굳어진 개념같다는 생각을 한다. 노동효는 이런 현실에 대한 고찰과 여행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툭툭 던진다.


'우리 시대의 위험한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미셸 옹프레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도시는 공간이라는 가로 좌표와 시간이라는 세로 좌표 덕분에 한눈에 구별할 수 있게 된 정착민들에게, 늘 정확한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있을 것을 강요한다. 이를 통해 권력은 개인을 스스로 통제하게 했으며, 쉽게 감시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목민은 시간과 에너지를 돈으로 바꿀 수 있게 해주는 이런 논리를 거부했다. 전세계 사람들에게 여행을 선택하는 일은 스스로를 가두고 통제하던 것, 예를 들면 일이나 가족, 고향 같은 가장 명백해 보이는 족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것과 같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즐겁고 창조적인 '여가 시간'을 미끼로 문명이 요구하는 노동에 시간을 사용하길 거부하는 것이다"(p.261)


책에서도 나오지만 '여행'과 '관광'은 다르다. 여행이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며, 낯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내 사고의 전복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나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이 조우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러려면 여행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 중요하다. 남들과는 다른 발자국을 떼야하니까. 노마드의 삶을 살고 싶은데 그렇게 하자니 내면에서 수많은 고민이 일어난다. "그래도 저녁 시간을 가질 수 있잖아?", "가정까지 있는데 책임감을 가져야지", "그래도 일정 이상 수입이 필요하지 않겠어?"


"야성을 되찾은 들개는 두 번 다시 울타리 안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비록 울타리 안에 따뜻한 잠자리와 배불리 먹을 음식이 있을지라도. 울타리 안의 '안락'에 익숙해지면 울타리가 용인하는 '허락'을 '자유'로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차츰 망각하게 된다. 자신이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는 진실을.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다."(p.120)


저자는 명확하다. 자유와 마주할 용기를 북돋아준다. 보통 내가 있는 곳과 같은 이름으로 구분되는 곳에서는 '야성'을 찾아야 한다라고 많이 조언해주는데, 저자가 말하는 '야성'은 전혀 다른 의미다.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야성은 단순히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결국 이것도 울타리 안에서의 야성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야성'은 진정한 자유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예수의 말이 가까이 다가온다.


자본주의에서의 자유는 모든 것을 화폐가치로 바꾸어버리는 데에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저자가 만난 남미의 히피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창부와 창부가 아닌 사람. 몸 파는 걸 얘기하는 게 아냐. 난 금속공예품을 팔고, 넌 색소폰 연주를 팔고, 넌 글을 팔 듯이 모두 시간이든, 물건이든, 능력이든 무언가를 팔며 살아가지. 그러나 사랑, 진리, 자연, 우정... 그게 무엇이든 제 심장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걸 파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본주의의 창부야."(p.208)


내 심장이 소중히 여기는 것 하나만큼은 지키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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