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김민식-

일상을 여행으로

by 라엘북스

다시 한 번 김민식 작가의 책을 읽었습니다. 영어, 글쓰기에 이은 세 번째 책, 여행에 관한 책입니다. 여행에 관한 책이어서 그런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이 책 이곳저곳에 묻어납니다. 김민식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술술 읽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쉽게 읽힌다고 해서 내용이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삶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있는 성찰을 쉽게 쓰는 것, 이것이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여행은 몸으로 읽는 텍스트'라고 말합니다. 여행이 사람과, 혹은 인생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으니, 이렇게 삶에 대한 내용들이 가득 들어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저자는 중간 중간에 본인이 몸으로 읽은 여행 코스들, 다른 책에서 추천한 코스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소개하는 코스들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직접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면서 '나라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여행을 할까' 상상해봅니다.


스스로 10대와 20대의 삶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은 여행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10대 때야 거의 부모님 밑에서 하라는 공부만 하고 있었으니 제외한다고 치더라도 20대 때에 여행에 대한 생각 자체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20대 시절 대부분 10대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주체성을 잃어버리고 살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학을 다닐 때는 대학졸업 하기 위해서, 대학원 다닐 때는 대학원 졸업하기 위해서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20대 후반이 되었고, 30대를 넘어섰습니다.


어쩌면 그 시절 했어야하는 생각들,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죠. 모든 울타리를 다 걷어치우고 삶과 나, 그리고 세상에 대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그저 생각이라고 해야 '울타리 안'에서 이리 저리 주사위를 굴려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저자는 '내 모든 습관', 즉 독자로서 재정의하자면, '삶의 방식'이 여행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현재 저는 여행에 관한 책을 통해서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 이 책을 통해서 20대 때 하지 못한 고민과,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았느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다만, '삶의 방식을 찾는 삶이' 현재진행중이고, 그 진행 중인 삶이 즐거워졌습니다.

'무엇이 목표가 되어'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고, '삶 그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그리고 '목적으로서 삶'의 수단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그 안에 여행과 글쓰기와 책읽기가 들어간다면 최소한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자가 인용하여 소개하고 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이 있습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p.74) 참 동감이 됩니다.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다른 모습으로 보일 것이고, 그렇다면 모든 것이 새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아이언맨이 새로운 수트들을 개발하고 갈아입듯이 내 사고와 눈도 여행을 통해 계속 업그레이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숨겨진 맛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삶과 여행이 버무려 있는데다가 또 곳곳에 육아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녹아있다는 것입니다(저자가 둘째 늦둥이의 아빠이기 때문^^).


"아이와 함께 배낭여행을 하면 아이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때는 돈보다 시간을 더 투자하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시간이니까요."(p.428)


저자가 아빠로서, 하지만 또 다른 타인으로써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교육하는지 문장을 통해 흘러나옵니다. 독자는 이것을 귀중히 여겨 그대로 담으면 됩니다. 물론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여기서 원 의미를 도출해내어 적용하면 됩니다.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을 빼앗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또 내 아이가 똑같은 삶을 살아야만 할 것 같은 사회에서, 내가 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계속 고민합니다.


"사랑하고 자립하고 인생을 선택하라"는 아들러의 말을 기억해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매일 아침 써봤니?"-김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