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코아 Mar 01. 2024

현시대에 바람직한 가족구성원이란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한 때 서점의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에 꽤 오래 진열되어 있었기에 이미 알고 있는 책이었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에(앞 편 <세상에 공짜는 없다-김민철 작가의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을 읽고> 참고) 제목이 부합했기에 당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게을렀던 나는 결국 몇 년간 이 책을 손에 들지 못했다. 그러다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을 읽는데 김하나 작가가 언급된 부분이 나왔고, 마침내 작가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서평이다.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이것은 1인 세대주를 위한 듀엣 응원가다!



1인 가구의 증가세는 뉴스나 신문을 보면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내용이다. 삼포세대, 오포세대라는 말을 거쳐서 취업이 늦어짐에 따라 자연스레 결혼 나이도 늦어졌다. 결혼을 하더라도 딩크족으로 살아가는 가정도 늘었으며, 애초에 비혼주의를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남에 따라서,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이 늘고 그에 맞추어 사회진출이 늦어짐에 따라서, 물가상승률을 임금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이 개인적 성향에 맞춰지면서, 그 외에도 수많은 가파른 사회-경제-문화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인 것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물질적 변화를 사회적 규범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지체현상'의 한 부분으로서, 다양한 가족구성원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사회적 인식이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사회적 인식의 주류에서 벗어난 여성 둘이서 가족을 꾸리고 사는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단이 있다.


1인 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단단한 결합도 느슨한 결합도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의 분자식은 W2C4쯤 되려나. 여자 둘 고양이 넷. 지금의 분자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_ 본문 12쪽에서


화학을 전공한 나는 'W2C4'라고 가족구성원을 설명한 부분을 보다 저절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무나 귀여운 표현이다. 책은 김하나-황선우 작가가 둘이서 살기로 결심하는 순간부터, 집을 구하는 과정, 함께 살면서 부딪히는 여러 과정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결혼을 늘 꿈꿔왔던 내게 그들의 삶은 때론 불안해 보이기도 때론 너무나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 불안해 보였던 사유는 아마도 내가 전통적인 가정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거다. 사실 그들의 삶은 전혀 부족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개인의 지유가 확립된 분자 가족이기에 훨씬 자유롭고, 여유가 넘쳤다. 


그렇다고 내게 일인가구 혹은 결혼으로 묶인 가족구성원이 아닌 다른 형태의 가족을 이룰 의향이 있냐고 물으면 대답은 확고히 '아니.'다. 나는 20살부터 늘 결혼을 꿈꿔왔다. 그리고 막연히 30살이 되기 전에 당연히 결혼을 할 줄 알았다.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는 게 꿈이었고, 평생 내 편인 남편과 함께 일생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30살 하고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혼을 못했고, 그동안 결혼상대를 찾기 위한 수많은 소개팅을 했으며, 내가 실패를 거듭하는 동안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결혼을 했다. 그러자 조급함이 찾아들었다. 처음에는 조급함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자책과 짜증, 그리고 곧 포기가 따라왔다. 이러다 결혼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왜 결혼을 못할까 봐 불안한 걸까. 포기 뒤에 찾아온 건 평온이었다. 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는 분명히 '안정적인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통계에 따르면 결혼 0~4년 차 부부의 이혼율이 18.8%라고 한다. 분명히 그들도 처음엔 달콤하고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꿈꾸며 결혼을 했을 텐데, 결과는 반대를 향했다. 남편이 왜 남편인지 아느냐? '남의 편'이라서 '남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많이 들렸다. 여전히 시월드와 고부갈등으로 종결되는 뿌리 깊은 갈등의 사유는 존재하며, 어김없이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증가한다. 거기에 더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진 2030에게는 상호 간의 '희생'이 전제되어야 지속가능한 결혼생활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옅어졌다. '반반결혼'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서로 조금도 손해 보기 싫어서 이혼하는 사유가 늘고 있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율은 '0.6'에 도달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유독 한국의 출산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원인을 꼽자면 개인적인 생각에는 '세대 간-성별 간-자산 간 갈등'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본 한국은 유독 타국가에 비해서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와 갈등'이 심한 나라다. 그로 인해 세대 간 갈등도, 남녀 간 갈등도, 소득격차에 대한 갈등도 타국가보다 심각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물론 나 또한 본투비 한국인인 만큼 이 갈등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개인주의적 성향을 제대로 장착했다. 하지만 난 결혼하고 싶고,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싶으며, 그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 여기기에, 매일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고 재테크를 공부하고 있다. 돈을 모아야 결혼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려면 역시 돈이 필요하며, 가족구성원으로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돈을 모으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건, 바람직한 가족구성원에 대한 고찰이 아니었을까 싶다. 돈만 벌어온다고 가정이 유지될까. 그랬다면 잘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이혼을 하지 않아야겠지. 내가 배우자가 될 상대에게, 그리고 그의 가족에게 어떤 부분을 희생하고 가족구성원으로서 녹아들 수 있을까. 나 또한 어떤 부분을 요구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 수용할 수 있을까.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급변하는 사회에 맞추어 전통적인 가족관을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가족구성원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사회를 바라며 나는 어떤 가족구성원의 성분으로 존재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한다.

이전 07화 세상에 공짜는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