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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아 Mar 08. 2024

베스트셀러를 대하는 나의 자세

자청의 '역행자 확장편'을 읽고

20대 초반 한 때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었다. 읽는 순간만큼은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의지가 불타올랐으며, 내게 펼쳐진 꽃길을 상상했다. 하지만 학업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면서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과 불안감을 주는 자기계발서 보다는 허구의 세계로 도망칠 수 있는 소설을 자주 택했다. 


그래서 자청의 '역행자 확장편'은 근 7년 만에 읽은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을 택한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다. '화제의 베스트셀러'라서. 작가 자청에 대해서는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건데, 그는 4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투버이자 30대 초반에 월 1억의 자동수익을 완성해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업가였다. '돈'과 '재테크'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혹하지 아니할 수 없는 작가소개였다.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룬 대단한 작가, 엄청난 판매기록으로 '확장판'까지 낸 책. 그럼에도 '역행자'책에 대한 비판이 많이 존재했다. 주로 뻔하며, 내용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인생책이라는 좋은 평도 역시 많았다. 나는 영화, 책 등을 고를 때 타인의 평점을 참고하는 편이다. 그런데 완전히 평점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에는 10점짜리 책이 누군가에는 1점일 수 있다. 내가 처한 지금의 상황, 감정, 나이, 환경 등에 따라서 같은 책이라도 다르게 읽힐 수 있다. 그래서 책은 독자가 재창작을 하는 입체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시각적으로 직관적이게 다가오는 영화보다 문자로 상대적인 추상성을 띄고 다가오는 책이 훨씬 독자 개인의 해석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그래서 '역행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비판은 오히려 궁금증을 자아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작가 자청은 본인이 흙수저, 인생 최하위의 삶에서 책 한 권으로 인생을 역전했다고 말한다. 그 후 그가 경제적 자유에 도달하게 된 경위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순리자(자의식에 울타리에 갇혀 평범하게 살다 죽는 삶)'가 아닌 '역행자(유전자의 본성을 역행해 돈, 시간, 운명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 삶)'길로 들어서는 7단계를 얘기하는 데, 이 부분이 꽤 흥미로웠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내용을 읊어본다.




우선, 작가는 끊임없이 '책읽기'와 '글쓰기'를 강조한다. 작가는 이것을 '22 전략'이라고 지칭하는데, 2년간 매일 2시간씩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우선 나는 요즘 퇴근 후와 주말에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 처음 <어른 아이, 서른의 독후감> 연재를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읽은 책들로 독후감을 쓰면 되지 뭐.'라는 생각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예전에 읽은 건 기억도 잘 안 나고 뭔가 내 글에 생생함과 현장감이 없다고 할까. 그런 게 불만이라서 결국 새로 읽은 책들로 매주 독후감을 적어나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는 시기가 되었다.(1월에는 12권을 읽었고, 2월에는 8권을 읽었다.) 그리고 매주 브런치에 글을 2편씩 업로드해야 하기에, 퇴근 후와 주말에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22 전략을 2년은 아니지만 2달은 실천했다는 생각에 '어? 나 역행자의 삶에 좀 다가섰는데?' 싶어서 뿌듯했다.



두 번째, 작가는 타이탄의 도구를 모으라고 말한다.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도 상당히 유명한 자기계발 부문 베스트셀러인데, 나는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그래서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의미하는 '타이탄의 도구'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나, <역행자>에 따르면 '자신만의 강점'을 지칭하는 듯하다. 

나는 자존감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물론 지금도 엄청 높진 않다.) 그렇다 보니 자주 '나의 존재'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해대며 의기소침해 지곤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뚜렷이 잘하는 게 없다는 거였다. 공부도 엄청 잘하진 못했고, 미술-피아노도 그저 일반인 평균 이상이었으며, 특히 정말 잘하고 싶었던 분야인 글쓰기도 모든 공모전에 낙방만 하니 내가 실력이 없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역행자>가 내게 많은 위로와 응원을 주었다. 


적당한 그림 실력 + 단련한 유머 + 직장 및 사업 경험 = 0.01 퍼센트의 특별한 존재

여기에 바로 인생 공략의 비밀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 상위 1퍼센트가 된다는 건,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합쳐져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상위 20퍼센트 정도, B 정도의 실력은 누구나 노력만 하면 얻을 수 있다. 이 B 정도의 무기를 몇 가지 수집하면,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된다. 우리는 공부로 0.1퍼센트에 들 수 없다. 운동이나 예술로 0.1퍼센트가 될 수도 없다. 그곳은 천재들의 영역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도 타이탄의 도구들을 모으면 상위 20퍼센트의 실력 몇 가지를 합쳐서 0.1 퍼센트를 이길 수 있는 괴물이 된다.

- 역행자 본문 중 -


언젠가 이와 같은 말을 유튜브 <이연> 채널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때도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는데, 이 말을 역행자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반갑고 감사했다. 그래, 나 자신이 가진 능력들을 좀 더 사랑해주자 싶었다. 탁월하진 않아도 이 정도라도 됨에 감사하자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 B급 능력들을 묶어 성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세 번째,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수'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오목 이론'이 언급된다. 


인생은 거의 100년에 걸친 긴 게임이다. 누구나 20~60세까지 40년에 걸친 전성기를 갖고 있다. 사업이든 투자든 실패하는 사람들을 보면 당장 내일 인생이 끝날 것처럼 너무 조급해한다. 이처럼 눈앞의 이득과 소득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두는 수를 '오목 이론'이라 부르려 한다.

- 역행자 본문 중 -


내가 늘 조급할 때마다 나를 다잡던 말이다. '인생은 길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주식을 말아먹었을 때도, 공모전에 떨어졌을 때도, 이렇게 주문을 걸며 패배감과 절망감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나는 나약한 인간인지라 주변에서 코인 폭등으로 몇억을 벌었다, 주식으로 일주일 만에 10억을 벌었다, 부동산이 3억 올랐다 등의 말을 들으면 다시금 내가 뒤쳐졌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곤 한다. 그럴 때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쓰면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며 마음의 평온이 찾아온다. 꾸준히 이렇게 노력하면 언젠가 내게도 기회가 올 거라는 믿음도 생긴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에 꼭 글을 연재하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일주일에 두 편씩 꾸준히 연재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네다섯 시간 정도 글을 쓰고 있다. 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돈도 안 되는 일에 왜 그렇게 압박감을 느끼면서 하느냐고. 맞다. 당장 돈은 안된다. 하지만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글쓰기에 쏟아부은 이 시간들이, 보다 알찬 내용을 담기 위해 했던 고민들이, 문장을 가다듬기 위해 했던 사색이 머지않은 미래에 내게 기회가 되어 찾아올 것임을. 



작가 자청은 아무래도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이다 보니, 책의 포커스가 사업에 맞춰져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내 성향을 안다. 사업을 할 배포도 깜냥도 없다는 사실을. 나는 엄청난 베스트셀러인 <역행자>를 읽으며 비록 자청이 떠먹여 줌에도 그가 제시하는 여러 사업들에 도전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감당가능한 것에 포커스를 맞추어 '역행자'의 삶을 살아가보려 한다. 사업은 못해도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써나갈 순 있다. 언젠가 '22 전략'과 일치하는 나의 습관이 내 미래를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리라 믿어본다. 여러분도 자신의 필터를 거쳐, 책을 새롭게 창조함으로써 누군가의 베스트셀러를 나만의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그린 그림을 살포시 올려본다. ㅎㅎㅎ....창피...(물론 창작해서 그린 건 아니고, 보고 그린 거다. 그림 창작 능력은 내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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