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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아 Feb 23. 2024

세상에 공짜는 없다

김민철 작가의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을 읽고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이라는 책은 우연히 유튜브를 넘기다 '추천하는 책 5권'의 목록에 있어 알게 되었다. 내게는 읽을 책을 고르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첫째는 제목이 구미를 잡아 당겨야 하고, 둘째는 표지가 예뻐야 하며, 셋째는 책 뒷면의 서평 내지 책소개가 마음에 꽂혀야 하고, 마지막은 작가가 마음에 들어야 한다. 항상 이 기준에 따라서 읽을 책을 고르지 않긴 하지만(과학, 경제 등의 정보서, 철학, 역사 등의 인문서를 고를 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에세이나 소설의 경우에는 거의 이 기준에 따라서 책을 고른다. 그래서 처음에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은 그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제목도 표지도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다....... 디자인팀 죄송합니다.) 하지만 책 소개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작가 김민철이 궁금해졌다.


작가 김민철은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한 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18년 차 직장인이다. 이미 몇 권의 에세이 책을 냈고, 판매 또한 잘되었다. 이미 유명한 작가 같은데, 문외한인 나는 처음 알았다... 아무튼 같은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글을 쓰는 직장인이라는 점에서 나는 그녀에게 매료되었다. '글을 쓰는 직장인'. 내가 선망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단순히 글만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써서 책을 냈고, 성과 또한 좋았다. 그렇다고 직장일에 소홀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능력도 좋아서 한 팀을 이끄는 팀장으로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퍼낸 직장생활에 관한 책이라는 점에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일과 ‘나’ 사이에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며 일과 나, 서로 잘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그를 ‘셀프 설계자’로 만들었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현장감 넘치는 18년 치 경험과 함께 이 책에 담겼다.
 





카피라이터로 팀원이었던 그녀가 팀장으로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팀장이 된 이후에 팀을 이끌어 가는 방식, 일과 나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직장생활을 해나가는 법, 좋은 회의 등, 전반적인 직장생활에서 그녀의 경험을 토대로 한 노하우가 실려있다.


해를 넘겨 이제 7년 차 회사원이 된 내게는 책을 읽는 시간이 '사원이었을 당시 그녀의 회사 생활에 공감을 하기도 하고, 팀장이 된 그녀의 고민과 노력을 엿보며 우리 회사 상사들의 무게와 고충을 헤아려 보는 시간이었다.'라고 하면 정말 뻔한 독후감 재질이긴 한데, 진짜 그렇긴 했다. 아, 근데 거짓말을 조금 하긴 했다. 아니, 많이 하긴 했네. 우리 회사 상사들의 무게와 고충을 헤아려 본 시간보다, 내가 관리자 직급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하면 내가 싫어하는 상사들처럼 안되고 김민철 작가처럼 좋은 상사가 될 수 있을까 사색해 보는 시간이 훨씬 훨씬 길었다. ㅎㅎ.

(나는 이렇게 오늘도 내 글의 첫 번째 원칙. '솔직하자!'를 지켰다.) 엄지 척 한 번 해줘라.


처음 지금 다니는 회사를 합격했을 때는 정말 기뻤다. 내가 들어오고 싶었던 회사였고,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졸업하기 전에 취직을 했다는 안도감이 컸다. 그리고 입사 1달 차 까지도 행복했다. 신입사원 OT니, 교육이니 하면서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시간보다 외부나 강당에서 교육을 듣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2달 차가 되고 나서 내 입의 미소는 거꾸로 된 호원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입사하기 전 동기 모임에서는 우리 부서에 들어오는 동기(즉, 나)가 불쌍하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그때는 명확히 이유를 몰랐으나 2달 차 때 어렴풋이 이유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도 사람도 힘들었다. 분명 내 사수는 한 명이었으나 내게 입을 대는 사람은 많아 사수가 세명인 것처럼 느껴졌고. 타 부서 대비 업무량이 많다 보니 야근이 잦았으며 그래서 동기들과의 저녁식사에 빠지는 날이 많아졌다. 저녁을 먹다 사수의 부름에 튀어나가야 하기도 했으며 부당하고 충격적인 일도 당했다.


그렇게 타지에서 매일밤 울면서 사직서를 품고 있던 일 년이 지나고 이 년 차가 되자 상황이 나아졌다. 부서원에 변화가 있었고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며 근무시간도 조정이 되었다. 숨통이 트였다. 칼퇴를 하면서 입꼬리에 미소를 지었다. 일 년을 버텨낸 내가 너무 대견했다. 이대로라면 문제없이 정년까지 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깨졌지만.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해결되었으면 하던 문제가 해결되자 게임의 새로운 퀘스트처럼 새로운 문제가 던져졌다. 하지만 나도 그만큼 레벨업이 되었다. 3년 차, 4년 차, 연차가 쌓이자 문제해결능력이 괄목상대하게 향상되었다. 역시나 새로운 보스를 등에진 퀘스트가 눈앞에 떴지만 신입사원일 때만큼 무섭진 않았다. 그리고 나만큼 남들도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누구나 힘들다. 특히 신입사원은. 새로운 조직에 적응한다는 것, 남의 돈을 번다는 건 당연히 힘든 일이다. 다만 그걸 처음 겪기에 버텨내고 이겨낼 맷집이 약한 것일 뿐. 김민철도 그러한 18년의 과정을 건졌기에 팀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팀장이 된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과제에 허덕이고 버거울 것이다. 1년 차 때는 사수 세 명이 참 원망스러웠는데, 지금도 그때의 그들을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원망은 하지 않는다. 그들도 각자의 연차에서 짊어진 짐을 버겁게 견뎌내는 직장인이었음을 생각한다.


본인이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회사든 사업이든 공부든 뭐든 해서 돈을 벌어야 할 텐데, 돈을 버는 일은 참 힘들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정확하다. 하지만 나는 무슨 일이든 일 년은 버텨보라고 말하고 싶다. 일 년을 버티면 대략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윤곽이 잡힌다. 그러면 이일을 계속해야 할지 말이야 할지가 판단된다. 물론 일을 시작하지 말자 진짜 이건 아니다 싶다는 생각이 확 든다면, 당장 빨리 방향을 전환하는 게 맞다. 그게 아니라 긴가민가한 상황이라면 일 년을 버텨보자. 일 년이라는 시간은 100세 인생을 생각하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일 년을 버티고, 결국 다른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 될 거다. 나는 인생에 있어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의미 없고 가치 없다고 느꼈던 일도, 언젠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일 년이란 시간을 버텨내고 나면, '어? 별거 아니었네. 이제는 감당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거다. 내가 그랬듯이.






팀장으로서 직장생활을 잘하는 노하우를 담은 책인 만큼, 직장인이라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나도 더 성장해서 나의 노하우를 담은 책을 출판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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