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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아 Mar 15. 2024

'82년생 김지영'을 이을 '92년생 김민지'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나는 90년대 생이다. 80년대 생으로 대표되는 '82년생 김지영'이 있다면, 나는 전형적인 90년생인 '92년생 김민지'이다.(김민지는 학창 시절에 가장 많이 보이던 이름이라 92년 생의 대표로 쓸 만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4년 전 이 시기쯤,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를 읽었다. 읽을 당시의 감정이 생생하게 기억나지는 않으나 적당히 공감하고 꽤 어려웠으며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용의 반을 잊어버렸던 것 같다. 4년이란 시간이 지나 다시금 <90년생이 온다>를 꺼내 읽게 된 건, 4년이란 시간 동안 '사회 초년생'에서 어느덧 '사회 중년생?'으로 접어든 위치의 변화에서 접하는 새로운 '90년생'은 어떻게 해석될까 궁금증이 일어서다.






세대를 구분 짓는 용어로는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등이 당장 떠오른다. 모두들 알다시피 최근 신세대를 일컫는 언어로 'MZ 세대'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쓰인다. 하지만 나는 이 'MZ'라는 말이 좀 불편한데, 이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인'을 모두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니, 회사에서의 직위로 따지면 1980년대 초반생은 과~차장의 나이이고, 2000년대 초반생은 아직 대학생이거나 이제 막 취직을 한 신입사원일 텐데 이를 한 데 묶는다는 것이 말이 되나. 정작 본인도 'MZ 세대'에 속하는 과, 차장들은 '요즘 신입사원들은 이래서 안돼~.'라며 같은 'MZ 세대'를 언짢게 보고, 신입사원들은 마찬가지로 같은 'MZ 세대'인 과, 차장을 꼰대라며 욕한다. 심지어 같은 90년대 생 안에서도 90년대 초반생들이 90년대 후반생에게 '요즘 MZ 애들은 다르네.'라며 서로를 구분 짓는다.


나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인'으로 묶이는 'MZ 세대'의 딱 중간에 위치한 '90년대 초반생'이다. 80년대생 과,차장에게는 '당돌한 대리'로 불리고, 2000년대 생 신입사원에게는 '젊은 꼰대'로 불릴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90년대생의 특징으로는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가 있다. 모두 공감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좀 애~매 하다 싶다. 2000년대 생에 비하면 덜 간단하며, 덜 재미있고, 덜 정직하다. 나는 대학생 1학년때 입학과 동시에 처음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 삼성전자에서 '갤럭시 1'을 야심 차게 출시했던 해였다. 딱 모바일로 접어들기 시작한 세대인 것이다. 모바일의 발달과 더불어 간단하고, 재미있고, 정직한 많은 것들에 변화가 있었다.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언어보다 영상이 훨씬 익숙해져 갔고, 그에 맞추어 유튜브 등의 동영상 산업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했으며, 모바일로 정보교환이 더 빠르게 이루어지다 보니 투명성과 정직성이 더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요즘애들은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엑셀의 'VLOOKUP'을 알고 있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요즘세대라서 그렇다고 했다. 그 이후에 회사의 ERP 시스템이든 사내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할 때도 요즘세대라서 그렇다고 했다.(그때는 MZ 세대라는 말이 성행하기 전이었다.) 그런데 90년대 후반생과 2000년대생 앞에서 나는 꿩 쫓는 닭이었다. 그들은 성인이 되어서 스마트폰을 손에 쥔 나와 다르게, 뇌가 아주 말랑말랑한 어린이 혹은 청소년기부터 이미 모바일 세계에 적응해 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모든 시스템을 잘 이해했으며, 잘 다루었다. 엑셀에 모르는 게 있을 때 나를 부르던 부장님이 내 후배를 부르기 시작했다. 잡무? 에서 벗어나 기뻤지만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나는 동기, 후배들에게는 잘못한 게 있어도 한마디도 못하는 멍청이이지만 부장님이나 사수에게는 부당한 걸 조리 있고 당당히 말하는 당돌한 대리다. 그래서 다행히 젊은 꼰대라는 말을 듣지 않고 있지만, 언제 젊은 꼰대라는 말을 들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다.(차라리 위에서 욕먹는 게 속이 편하지, 밑에서 욕먹는 건 못 견뎌한다...)


이미 내 동기는 젊은 꼰대라는 말을 여러 번 들으며 신입 사원 두 명을 퇴사시킨 이력이 있다. 그렇다고 순전히 내 동기의 잘못이냐고 하면, '그래'라고 대답할 순 없다. 그러면 그 정도도 못 견디고 퇴사한 신입사원 잘못이냐? 그것도 아니다. 같은 'MZ 세대'로 묶인 우리들 사이에서도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아니고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개그였는데 ㅎ.ㅎ) 90년대 초반생인 내 동기는 자기도 그렇게 지적받고, 교육받고, 혼나면서 신입사원 시절을 버텨왔는데, 왜 그 정도도 못 버티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90년대 후반생인 신입사원들은 내 동기가 전형적인 젊은 꼰대로서 막말을 하고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 한다. 내 생각엔 둘 다 맞는 말이다. 세대 간 갈등은 항상 있어왔고, 8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에서 오갔던 갈등, 그 이전의 70년대생과 80년대생 사이의 갈등, 더 거슬러 올라가도 모두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지 조금 더 급격히 세대 간 생각과 가치관에 차이가 커져간다고 생각한다. 사회, 과학, 경제 등 세계전반의 모든 변화가 급격한 만큼 그에 맞추어 사람의 성격, 성향, 가치관도 변화되어 온 것이 아닐까. 특히나 모바일의 발달로 '세대 간 갈등' 뿐 아니라 '성별 간 갈등', '소득 간 갈등' 등 모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90년생이 간단하고, 재미있고, 정직하다면 2000년생은 더욱 간단하고, 재미있고, 정직할 거다. 그렇다면 청소년기에 스마트폰을 쥔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쥐고 있는 2010년, 2020년 생들은 어떨까. 그들은 이미 유튜브 쇼츠로 첫 세상을 볼 것이고, 자극적인 영상의 바닷속에서 그저 뇌를 그 속에 던져놓은 채 부유할 것이며, 수많은 갈등으로 점철된 모바일 세상을 볼 텐데. 모바일 세상에도 장점이 많을 텐데, 이런 말을 늘어놓는 나를 보니 나도 젊은 꼰대가 되어 가고 있나 보다.




모든 갈등은 참 어렵다. 갈등을 아예 빚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니 어떻게 갈등을 풀어갈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 그 해답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결국 또 뻔한 인문학적인 대답을 나로선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해와 희생과 관용'. 나는 오늘도 샌드위치에 낀 MZ '92년생 김민지'로서 같은 MZ인 상사의 비위를 맞추다 삔또가 상하면 한 번 욱하고, 또 같은 MZ인 후배의 실수를 어떻게 지적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확 터뜨려 버리고는 젊은 꼰대라고 욕할까 봐 밤에 잠을 못 이룬다. 서로가 서로를 100% 이해할 순 없고, 공감할 수도 없지만 어차피 신입사원부터 차장까지(부장님... 죄송합니다... 하하하. 부장님은 빼박 X세대... 큼큼..) 같은 MZ인데, 같은 MZ끼리 서로 좀 보듬으면서 살아갔으면 한다.



2,000만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모든 세대 직장인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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