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란

by 꿈꾸는나비

가끔 아이들 간식으로 계란을 삶아준다. 오늘도 출출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위해 계란을 삶아 식탁에 뒀다. 예전에 아이가 날계란을 삶은 계란인 줄 알고 깨뜨린 일이 있은 후로 나는 늘 삶은 계란에는 삶았다는 표시를 해둔다. 그런데 이 '삶은 계란'이라는 말을 쓸 때마다 참 재밌게 느껴진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말하는 '삶'과 물속에 넣고 끓이는 '삶다'가 계란을 만나면 삶이 계란이란 말인지, 삶아서 익힌 계란이란 말인지 헷갈리게 된다.


계란은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 식재료이다. 계란말이, 계란 프라이, 계란 장조림, 계란찜, 계란 국뿐만 아니라 제과 제빵의 중요한 재료가 되어 쿠키나 빵, 카스텔라, 타르트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국수면을 대신하기도 한다. 이렇게 조리법에 따라 식감과 형태가 다양해지기도 하고 쓰임새에 따라 주재료로 메인이 되었다가 부재료로 곁들여지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이 계란과 같을까? 어떤 날은 뻑뻑하지만 담백한 삶은 계란이 되었다가 어떤 하루는 촉촉하고 달콤한 카스텔라 같은 하루가 되었다가, 어떤 날은 넣었는지도 모를 거칠고 바삭한 쿠키 같은 하루 말이다.


나는 오늘 계란을 삶으려다 날 계란 하나를 떨어뜨려 주방 바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아, 진짜 내가 싫다.'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며 한참을 터진 잔해를 치우는 깨진 날계란 같은 오후를 보냈다.


삶은 계란을 깨 먹으며 딸아이가 한마디 한다.

"계란은 반숙이죠."

"무슨 소리야, 계란은 완숙이지!"

부먹과 찍먹에 맞먹을 반숙과 완숙의 논쟁. 나는 언제나 완숙을 주장하고 딸은 반숙을 주장한다. 같은 삶은 계란을 두고도 이렇게 서로 다른 '삶'을 얘기한다. 어떤 계란인지가 중요할까. 깨진 날계란만 아니면 되지.

너의 반숙 '삶'을 존중한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삶은 계란이었나요? 혹시라도 저같이 깨진 날계란 같은 하루를 보내셨다면 내일은 환한 써니사이드업이 되길 바라봅니다.

'삶은...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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