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사춘기의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딸아이는 학기 초부터 성장통을 겪고 있다. 잘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자기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중학교 때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고 발표도 열심히 하고,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 눈에 띄어 이쁨도 받고 했는데 고등학교에서 자기는 존재감이 제로라고 했다. 자기처럼 수업에 적극적인 아이들이 많다 보니 선생님 질문에 발표하려고 손을 들어도 반애들이 다 손을 드니 자기 차례는 오지도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같은 반 친구에게 말을 걸었더니 "너 몇 반이야? 너 우리 반이었어?"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알고 진학한 곳이지만 아이에게는 그 현실이 큰 벽으로 느껴졌을 터였다. 심지어 특정 지역 아이들이 많다 보니 어느새 무리가 지어져 자기는 같이 밥 먹을 친구도 없어 급식을 혼자 먹는다는 말에 마음이 짠했다. 재주 많고 인기 많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딸아이는 그렇게 고등학교 3주 만에 혹독한 현실을 깨닫고 쭈그러들었다. 내 맘대로 다 이루어지고 나만 잘난 것 같던 세상은 자신의 오만함이었고 나는 그저 '우주의 티끌'이었다는 딸아이의 말이 아이의 고등학교 생활을 한마디로 정리해 주는 듯했다.
고등학생인 아이에게 내가 해줄 건 별로 없다. 그저 얘기를 들어주고 아이 입에 맛난 거 하나 더 넣어 주는 수밖에. 홀로 서는 아이의 길을 묵묵히 바라봐 주는 수밖에 없다. 공부는 힘들고 할 건 많고 맘 의지할 친구도 별로 없고, 학기 초에 아이가 짊어져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도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는 잘 견뎌주고 있다.
"지금까지 만났던 친구들과는 다르다고? 그럼 그냥 세상 구경하러 왔다고 생각해,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세상에 내 맘에 꼭 드는 사람이 어딨겠니. 괜찮아."
"널 오해하는 거 같다고? 진정성 있게 대하면 언젠가 너의 진심을 알아주겠지."
"우주의 티끌이면 어때. 그 티끌이 엄마 눈에 제일 빛난다."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걸 알면서도 나는 그래도 아이에게 파이팅 넘치는 이야기들만 해준다. 그래도 집에서는 제일 빛나는 별이길 바라며. 내 눈에 빛나는 별이 멀리서 또 누군가에게 빛나는 별이 되길 바라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때 더 쭈그러들지 않도록. 아직 아이가 겪어 보지 못한 더 넓은 바다에서 풍랑을 견딜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