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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옆 방귀실

by 꿈꾸는나비

함께한 사춘기의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최근에 둘째 아이가 배가 아프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예전에도 가끔씩 아픈 적이 있었는데 찬물을 너무 많이 마셨거나 피곤하면 아프다고 하는 것 같아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가 배가 아파 보건실에 누워 있었는데도 계속 아프다고 하니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전화였다. 아이는 조퇴하여 집으로 오고 나는 부랴부랴 병원을 알아봤다. 혹시라도 피검사나 소변검사가 필요할까 싶어 검사가 가능한 소아과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진료실에 들어가 선생님께 증상을 이야기하니 선생님은 아이의 배를 눌러보시고 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학교에서 아프니?" , "네"

"집에 오면 안 아프고?" , "학교에서 아프다가 집에 와서 쉬면 괜찮아요."

"아침은 매일 먹고 학교 가니? , "네"

"점심도 잘 먹고?" , "네"

"매일매일 아프니?" , "아니요."

"똥은 매일 싸니?" , "이틀에 한번 정도요."

"방학에는 안 아프지?" , "아... 그랬던 거 같아요."

"하기 싫은데 늦게까지 학원 다니니?" , "아니요."


이때부터 뭔가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통증 있는 배 부위에 원인이 있을까 싶었는데 선생님은 다른 곳에 있을 원인을 찾아 질문하셨다. 그리고 x-ray를 한번 찍어 보자고 하셨다. 아이와 같이 x-ray를 찍으러 가면서 우리는 선생님이 왜 그런 질문을 하셨을까 생각해 봤다. x-ray 결과 아이의 복부에 특이한 점은 없고 가스가 좀 차있다고 하셨다. 혹시 몰라 나는 피검사나 소변검사를 말씀드렸으나 통증정도나 빈도, x-ray 상 이상이 없는 것 같아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럼 왜 아픈 건가요.'라는 나의 질문에

"너 학교에서 긴장 많이 하고 있니?" , "네... 조금요."

긴장도 하고 있고 배에 가스도 차서 배가 아픈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을 뒤로하고 아이와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뽕~하고 방귀를 뀌었고 배가 덜 아프다고 했다. 중학교 입학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 달이 넘은 지금도 긴장하며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안쓰럽기만 했다. 배에 가스가 차도 해소를 못하는 아이에게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뀌고 오라고 했지만 아이는 '소리 없이 방귀 뀌는 법'을 검색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참 전에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니, 학교에 화장실은 있는데 방귀실은 왜 없는 거야? 방귀는 어디서 뀌라고. 하루 종일 방귀 참았어요. 방귀는 소리도 나고 냄새도 나는데 화장실 옆에 방귀실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요."

방귀실 마련이 시급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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