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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파민 터지던 날

눈물은 왜 터졌을까

by 꿈꾸는나비

함께한 사춘기의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야구 관람 천만 시대라지만 우리 집은 농구를 본다. 우리 가족은 KT 소닉붐의 열렬한 팬이다. 2024-2025 시즌이 끝나며 KT는 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5위인 대구가스공사와의 5차전 경기가 어제 오후 2시에 있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소파에 앉아 2대 2 접전을 끝내고 마지막이 될 경기를 지켜봤다. 1 쿼터부터 빡빡한 수비와 공격으로 우리는 가스공사에 밀렸고 2 쿼터에서 겨우 경기력이 살아났다. 3 쿼터와 4 쿼터로 이어지며 점수는 계속 업치락 뒤치락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리에서 뜰썩거리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상대팀과 심판을 야유하기도 했다. 소리도 지르고 하이파이브도 하고 쉴 틈 없이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종료 2분 전에 우리는 상대의 3점과 2점 슛으로 밀리기 시작했고 일분여를 남기고 3점 슛 성공으로 동점이 되었다. 상대의 공격이 실패하며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공격기회는 단 한번. 남은 시간은 30초. 그 한 번의 기회로 준결승 진출여부가 결정된다. 아이들과 나는 안절부절 TV 앞에 서서 그 찰나의 순간을 지켜봤다. 마지막 10여 초를 남긴 순간. 허훈 선수가 돌파하며 그림 같은 2점 슛을 날렸다. 역전!


https://youtube.com/shorts/LSotIIVfenU?si=aZTwjJPzupcEBwgM


나는 화면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박수도 치고 만세도 하고 너무 좋았다. 그런데 주변이 너무 조용했다. 그럴 리 없을 아이들이 조용했다. 이상해서 쳐다보니 아들은 팔로 두 눈을 가리고 꺼이꺼이 울고 딸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순간, 응? 왜 울지? 난 너무 좋은데. 당황스러운 장면이었다. 마치 시즌 우승이라도 한 것 마냥 아이들은 승리의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이 넘쳤다.


아이들은 농구를 보며, 팀을 응원하며, 감독이 되었다가 선수도 되었다가 응원단장도 되었다가 점점 팀에 몰입되었던 것 같다. 승패가 결정되는 매 경기를 지켜보며 아이들은 승리의 쾌감과 패배의 아픔을 함께 하고 있었나 보다. 시즌 54경기를 모두 챙겨보며 어느 순간 관람하는 경기가 아니라 나의 경기가 되어 기쁨의 감정이 이입된 거였겠지. 그렇게 아이들은 농구에 진심이었다.


나는 내가 농구에 진심인 줄 알았다. TV를 없앤 지 3년 만에 농구를 보기 위해 TV를 샀고, 돈이 아까워 OTT 구독도 안 했는데 농구중계를 보기 위해 티빙에 가입했다. 나는 내가 농구에 진심이라 돈과 시간을 쓰는 줄 알았지만 나는 농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진심이었던 게 아니었을까. 농구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대화가 좋았으니까...


우리의 진심이 통하는 순간, 우리의 사춘기는 오늘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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