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순이다.
나는 집이 제일 좋다.
그래도 꼭 필요할 때 외출을 한다.
지난 주말, 스승의 날을 맞아 몇몇이 모여 교수님을 찾아뵀다. 어느덧 정년을 바라보는 교수님과 같이 공부했던 선후배들과 저녁을 먹으며 서로 사는 얘기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문뜩 교수님은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흐른 줄 몰랐는데 곧 은퇴라고 생각하니 남은 게 없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저 이렇게 제자들만 남았다고...
하루에 12시간 넘게 학교에 계시며 수업과 연구에 매진하시고, 늦은 새벽까지 남아 계시는 날도 많고 주말도 없이 일하셨는데 왜 남은 게 없다고 하시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교수라는 직업이지만 어쨌든 남들과 같은 직장생활이었기에 그랬을지, 아님 더 하지 못한 연구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제자라도 남았다는 말에 의미를 두신건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교수님 나이쯤 되면 나는 내 인생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과연 나에게는 무엇이 남게 될까. 부와 명예는 차치하더라도 내 인생에 성과라는 것이 있을까? 인생의 성적표가 있다면 나는 어느 정도 될까? 수강 포기나 재수강도 안되는데 그때 내 삶에 후회가 가득하지는 않을까.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쉴 새 없이 나와 내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의 존재와 의미를 진지하게 되물어 본다. 결국에 평가를 할 사람은 나이기에 나 스스로 내 삶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기를... 삶을 뒤돌아 보는 순간이 왔을 때 참 잘했어요 도장을 나에게 꽝! 찍을 당당함과 그 도장에 떳떳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