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만의 케이크

by 꿈꾸는나비

함께한 사춘기의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딸아이와 아버지의 생일은 삼일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은 두 사람의 생일 즈음 주말에 모여 생일 파티를 한다. 함께 식사를 하고 케이크에 촛불을 켜서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른다. 그런데 딸아이는 이게 늘 불만이었다.

"엄마, 매년 나는 내 생일이 아닌 날에 할아버지랑 같이 합동생일파티 하잖아요. 나도 내 생일날에 케이크에 촛불 켜고 축하받고 싶어요. 나도 나만의 생일 케이크 받고 싶어요."

2년 전 자신의 생일 케이크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후로 나는 딸아이의 생일 케이크를 따로 마련한다. 생각해 보니 아이의 생일날 미역국만 끓여줬지 따로 생일 파티를 해주지 못했다. 그동안 챙겨주지 못한 생일 케이크를 꼭 챙겨주겠다고 약속했고 이건 내가 아이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 되었다.


올해도 두 사람의 합동 생일파티를 위해 주말 점심에 모였다. 마침 아이의 생일과 합동 생일파티 날이 같았기 때문에 나는 케이크를 두 개 준비했다. 하나는 다 같이 모여 생일 축하에 쓸 케이크로, 또 다른 하나는 딸아이의 단독 생일 케이크였다. 그렇게 점심 식사 후 다 같이 케이크에 촛불을 밝혀 생일축하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에 또 케이크에 촛불을 밝혔다. 아이는 케이크를 앞에 두고 사진도 찍고 자기의 생일을 마음껏 자축했다.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 게 가장 신날 때 아니겠는가.

"누나, 왜 하필 고구마 케이크를 골랐어?"

"난 고구마 케이크가 제일 맛있어."

"이런 건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맛 아니야?"

"네가 아직 어려서 이 맛을 모르는구나. 이게 바로 어른의 맛이거든."

고구마 케이크를 잔뜩 먹은 딸아이는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한걸음 더 어른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렇게 한걸음 우리의 사춘기도 끝나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상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