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사춘기의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기다려, 아직이야."
"아니, 나는 지금이야."
"안된다니까. 지금은 때가 아니야."
"때는 내가 정해. 지금이 그 때야"
"너 도대체 왜 그래? 지금 겨울이야."
"나는 지금... 응? 겨울이라고?"
영하를 웃도는 겨울... 내가 키우는 기린초에서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가을까지 주방 창가에서 자라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그나마 볕이라도 잠깐 드는 거실 창 앞에 둔지 석 달이 다 되어 가는데 갑자기 새순이 보인다. 지금은 겨울이라 식물이 휴면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기린초는 새순을 틔우며 고집을 부린다. 확 밖에 내놓을 수도 없고. 봄이 오면 흙도 보충할 겸 분갈이를 계획했는데 그걸 못 참고 새순이 고개를 내미는데 다시 밀어 넣을 수도 없고 난감하다. 날이 건조해 물을 자주 줘서 그런가, 흙이 많이 쓸려나간 게 신경 쓰여 영양제를 좀 줬더니 그런가, 알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기린초 옆에 있는 이름 모를 다육이는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몸까지 기울인 채 새잎이 나오고 있다. 넌 또 언제 새잎이 나온 거니. 둘 다 청개구리처럼 초록초록하다.
때를 기다리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무난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너무 진부한가? 그때 그때 되는 대로, 봐가면서 사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럴만하니 새순도 나왔겠지 하며 물이나 한번 더 준다.
일찍 자라고 해도, 건강을 생각해 잘 챙겨 먹으라고 해도, 방 좀 치우라고 해도, 찬바람에 튼 손에 로션 좀 바르라고 해도 내 말을 듣지 않는 사춘기 두 아이들이 딱 저 기린초와 다육이 같다. 그렇다고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아이들로 자라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럴만하니 저런다 생각하고 간식이나 한번 더 챙겨준다.
봄이 되면 미리 싹을 틔운 녀석들은 더 쑥쑥 자랄 것이고, 언젠가 아이들은 스스로를 챙기는 어른이 될 것이다. 나는 그저 지켜보고 기다리면 된다. 뭐... 쉽네. 나는 또 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