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16장 : 의문 2020.08.02

by 꿈꾸는나비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힘차게 젖을 물다가 이내 곯아떨어졌다. 아내에게 얘기가 끝날 때까지 묻지 말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내 몸이 부들거리게 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선애와 나나라는 할머니 얘기, 우리 아이 이름이 나나라는 게 그냥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하다고. 아내는 내 얘기가 다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들어주었다. 얘기가 끝난 후에도 한참 말이 없었다.

“내가 아이 이름을 ‘나나’라고 한 건 ‘나’라는 사람과 ‘나’라는 당신이 만나서 태어난 아이라서야. 딱히 한자 이름 쓰고 싶지도 않아서 단순히 부르기 편하고 소리도 이쁘다는 생각에 ‘나나’라고 지은 거야. 물론 당신이 하도 바나나를 좋아해서 농담 반 진담으로 ‘나나’라고 한 점도 있어. 그런데 당신은 이 ‘나나’라는 이름이 선애가 말한 할머니 이름이랑 같다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는 거야? 우리 애가 나나 할머니라고? 여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우리 애는 태어난 지 삼일 된 아기야. 할머니가 아니고 신생아라고. 우연히 이름이 같았을 뿐이야. 정말 우연이라고. 당신의 상상력이 이렇게 풍부한지 몰랐지만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난 다른 이름으로 할게. 난 괜찮아.”

“미안해. 그냥 흔하지 않은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루에 두 번 듣게 되니까 나도 모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이 미쳤나 봐.”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우리 딸이 나나 할머니라고 생각하다니.

“당신 요새 많이 힘들고 지쳐서 그런가 봐. 선애 일도 그렇고. 그런데 선애는 대체 무슨 일 이래? 내가 휴가만 아니었어도 정보실에서 관련 자료 다 받아봤을 텐데 답답하네.”

“당신이라도 휴가를 즐겨야지, 우리 아기랑. 나 내일까지 휴가니까 하루는 나랑 같이 보내고.”

“팀장님이 웬일이래. 이런 일에 휴가를 보내고.”

팀장이 준 돈 봉투가 문득 생각났다. 가방에서 돈봉투를 꺼내 아내에게 내밀었다.

“팀장님이 이것도 챙겨주더라고. 아기 옷이라도 사주라고.”

“그런 말까지 하실 줄은 몰랐네. 사람 다시 봤어.”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내의 날카로운 시선보다 아이의 단잠을 깨울까 봐 무서웠다. 아내는 나가서 받으라고 손짓했다. 눈도 못 뜬 채 다시 엄마의 젖을 빨기 시작하는 아이를 뒤로 하고 방을 나왔다. 국과수 검시과였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 오늘 오후 부검하기로 예정되어서 안치소로 갔는데 시신이 없던데요. 혹시 다른 곳에 보관하셨나 해서요. 목록표에는 있는데 해당 칸은 비어 있던데요?”

“네? 그럴 리가요. 사건 이후로 계속 안치실에 있었는데요. 검시관에서 저희랑 같이 사망 확인하고 목록표에 넣고 최대한 빠른 일정으로 조율한 건데요. 다시 확인해주시면 안 될까요? 안치실 번호가 잘못된 건 아닌지 다른 칸도 확인 한번 해보시겠어요? 담당자 자리에 없나요?”

“아… 이상하네요. 다 확인해봤죠. 다른 칸은 목록 표랑 다 일치해요. 그 칸만 비어있다니까요. 안치실 담당자는 cctv가 고장 나서 그거 해결하고 있다고 하질 않나. 시신이 자기 발로 걸어 나간 것도 아닐 텐데. 아 큰일이네요.”

“혹시 제가 전달받지 못한 게 있나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는데 예감이 좋지 않다. 안치실은 죽은 사람이 아니면 들어가고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시신이 사라지다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바로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만 가고 받지 않는다. 다시 전화를 걸고 있는데 복도 끝에서 임산부를 부축하고 걸어가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불과 2시간 전, 경찰서 주차장에서 팀장이 누군가를 저렇게 부축하고 차에 태우던 모습이 떠올랐다. 팀장은 누구를 부축하고 차에 태운 거지? 팀장이 전화를 받으면 제일 먼저 그것부터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팀장은 여전히 전화에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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