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친구들과 동네 물놀이 놀이터에서 논다는 얘기에 간식이라도 사다 줄 겸 핫도그를 사들고 놀이터를 찾았다. 딸아이와 친구들은 핫도그를 받아 들고 감사하다며 인사했다. 그런데 그중 한 아이가
"와, 개맛있겠다!"
??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그냥 맛있겠다가 아니고 왜 '개맛있겠다' 일까...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아이는 그전에 안 쓰던 단어들을 쓰기 시작했다.
"엄마, OO이가 말해줬는데 짝남 있데."
"짝남? 그게 뭐야."
"짝사랑하는 남자."
그뿐만이 아니다. 욕은 아닐지라도,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닐지라도
"아, 어쩔티비. "
"킹받네."
"응~ 안물안궁~"
소위 말하는 신조어들과 줄임말들을 점점 많이 쓰는 아이에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줄여 쓰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최대한 쓰지 말라고.
"우리 반 애들은 다 이렇게 써요."
"그래, 알고 있어. 그런데 그 말을 쓰려면 무슨 말인 지나 알고 써달라고. 좋은 말들도 아니잖니"
사춘기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언어로 유대관계를 확인하려는 걸까? 나만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분위기에 아이는 또래 친구들의 언어문화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어릴 때도 그런 말들이 있었다. 어느 시대에나 세대에나 있었다. 그런데 워낙 어감이 싫어서 나는 그런 말을 최대한 쓰지 않았고 욕도 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바르고 고운 말을 쓰라고 지적하면 요즘 말로 '꼰대'가 돼버리니.
"아~ 라떼는~?"
"그래 라떼는 말이야~ 말이 그 사람의 지문이라고 배웠어. 그리고 말이 행동을 따라가고 행동이 말을 따라간다고 엄마는 믿기 때문에 나는 네가 바른 언어를 썼으면 좋겠다."
아이의 말은 요즘 순화되어 잔소리를 하지 않지만 학교생활 내내 아이는 신조어와 약어, 욕설이 가득한 언어에 노출될 것이다. 그럼에도 바른말을 쓰고 가려 쓰는 법을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시대를 반영한 신조어들에 반감을 나타내는 내가 너무 보수적 일지는 몰라도 그런 말들이 많이 쓰인다고 결코 표준어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gg
사춘기를 함께 겪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와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