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적당한 때가 있기 마련이다.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
올초, 봄이 시작하려는 무렵, 갑자기 딸아이가 가슴에 손을 얹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몇 번 더 그러는 것을 보고는 안심이 됐다. 봄에는 그렇게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가을엔 이유 없이 가슴이 아픈 게 정상이다. 그래서 아직도 철이 안 든 나는 봄만 되면 빨간색 바지 같은 것을 사선 주위로부터 "그거... 괜찮겠어?"라는 우려 섞인 말을 듣곤 하지 않는가.
그렇게 딸아이가 가슴이 뛴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요 며칠, 어느 날 딸아이는 내게 말했다. "아빠! 예전엔 그냥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엔 가슴이 두근거려." 라며 마음에 드는 남자아이가 생겼다며 고백을 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마침 필요한 데가 있어 슬픈 음악만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내 서재에서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가 왜 이러지?" 라며 우는지 웃는지 모를 눈물을 흘리는 것 아닌가! 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그렇게 딸아이는 한창 달달한 사랑에 빠졌다. 평소 조금만 더 잔다던 아이가 그 녀석의 전화에 번개처럼 깨서는 같이 등교를 하곤 한다. 이번 주말엔 학교에서 하는 바자회에서 같이 장사를 하기로 했다나. 덕분에 늙은 아빠는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습..니...다....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허해진다.
딸아이는 작년에 사춘기에 빠진 친척 언니들을 보면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아빠~ 딸들은 사춘기가 되면 이유 없이 아빠가 싫어진데 하지만 그때만 지나면 다시 좋아진다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이게 협박인지 위론지 모르겠다.
실제로 사춘기 때 딸이 아빠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경우라고 한다.
노크 없이 방문을 연다.
'에구~ 우리 깡아지~' 라며 애기 취급을 하며 엉덩이를 두드린다.
방귀나 트림과 같은 생리현상과 같은 매너 없는 행동을 딸 앞에서 함부로 한다.
'이년 저년' 점잖지 못한 말이나 욕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엄마한테 못하는 아빠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크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아내에게 잘하려고 노력한다. 별 수 없다. 곰국 끓여놓고 둘이 여행 가면 큰일이지 않은가!
아직 모든 게 서툰 아이이다. 사랑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배신의 쓰라림도, 용서의 너그러움도 다 겪으며 자라야 한다.
허나, 자기 말처럼 이담에 헤어졌다고 해서 당당하게 살지 않고 울고불고 난리 치며 방문 걸어 잠그고 안 나오면 머리털을 다 뽑아놓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