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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뒤흔든 미얀마 강진(2025.3.28)

생활 속 지구 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금요일이던 2025년 3월 28일 현지시간 낮 12시 20분경 미얀마의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 서북서쪽 17km 지역(22.01 N, 95.92 E)에서 규모(Mw) 7.7의 강진이 일어났다. 진원의 깊이는 10km로 얕은 지진이었다. 지진이 발생한 시간이 매체마다 12시 30분, 50분으로 제각각인데, 유럽-지중해 지진센터(CSEM), 미국지질조사국(USGS)과 우리나라의 기상청(KMA)은 12시 20분으로 동일했다.


아래 USGS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진은 만달레이와 수도 네피도를 잇는 사가잉 단층(Sagaing Fault)을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단층은 미얀마의 주요 단층으로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판과의 영향으로 형성된 우수향 변환 단층(right-leteral strike-slip faults)*이다. 전 세계 어디나 그렇듯 단층은 사람을 끌어들인다. 이 단층 주변 역시 인구 밀집 도시인 만달레이, 네피도, 타웅우, 베쿠가 있다. 마르타반만까지 이어지는데 총길이는 한반도 종축 길이(1,100km) 보다 긴 1,200km에 달한다.


* 우수향 변환단층: 단층면을 하늘에서 볼 때, 상대적인 지괴의 이동방향이 우측일 때 발생하는 수평이동(중력장에 대해 수평 방향)하는 단층.


2025-03-28_2025_Mandalay,_Burma_(Myanmar)_Earthquake_M7.7_earthquake_shakemap_(USGS).jpg 2025년 3월 28일 발생한 진도 7.7의 미얀마 지진의 진동지도, 출처: USGS


미얀마의 지진의 역사


미얀마는 인도, 유라시아, 순다, 버마판이 접하는 경계지역이다. 이 중 이번 지진의 진원으로 알려진 사가잉 단층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버마판은 인도판과 순다판 사이에 놓여 있다. 순다판에는 남중국해, 안다만해, 남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 자바섬, 술라웨시섬의 일부, 필리핀 남서부의 팔라완, 술루 제도가 속한다. 어쨌든 이 4개의 판이 움직이면서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이다.


과거 미얀마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 역시 사가잉 단층에서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1839년 아바 지진(규모 8.1~8.3), 1912년 타웅지 지진(7.9), 1930년 바고 지진(7.3), 1946년 사가잉 지진(7.7), 2011년 쉐보 지진(6.8)은 사가잉 단층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했다. USGS 자료에 따르면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사가잉 단층 인근에서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여섯 차례 발생했다. 사가잉 단층을 구성하는 인도판과 순다판은 매년 11~18㎜ 가량 수평으로 이동한다.


특히 이번 진앙에 가장 가까운 도시인 만달레이(Mandalay)는 꼰바웅 왕조(1752~1885)가 터전을 잡은 역사적인 고도로 미얀마의 경주 같은 곳이다. 즉 역사와 문화의 도시라는 이야기고 지진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본 지역이며 이번 지진에도 큰 피해가 걱정되는 지역이란 이야기다. 경주가 양산단층에 따라 지진 피해를 자주 입는 것에 비교가 되는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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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판(중앙 붉은 부분)과 사가잉 단층의 지도, 출처: 위키미디어 by Alataristarion(left), Wang et. al, 2014


1000km 밖 방콕의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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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8일 지진 후에 방콕의 궁중 들이 대피해 있는 모습, 위키미디어: Chainwi


이번 지진은 특이하게 진앙에서부터 거리가 1,000km 떨어진 태국의 수도 방콕에 33층 높이의 건설 중이던 관공서 건물이 난대 없이 붕괴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각종 매체에 생생히 보도된 붕괴의 동영상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마치 폭파공법으로 진행하는 철거 장면 같았다. 일반적으로 지진의 진동은 진원에서 거리가 멀수록 줄어드는데, 직선거리로 1,000km가 넘는 곳(부산에서 도쿄 간 거리에 해당)에서 어떻게 지진의 피해가 일어났을까? 지진의 영향 말고 다른 원인 때문일까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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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뚜짝 지역 감사원 신축 본부 건물 붕괴지역 지도_20250330.jpg
2025년 3월 28일 미얀마 지진으로 붕괴된 태국 방콕의 건축 중인 건물과 지도, 출처: 구글지도


먼저 보도된 동영상에 따르면 주변에는 이 건물 외에는 고층 빌딩이 전혀 없다. 붕괴한 건물은 방콕의 명소인 차뚜짝 시장 인근에 위치한 감사원 신축 본부 건물이다. 총 20억 바트(약 86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중국철로총공사(CREC) 산하 '중철 10국'의 태국 현지 합작법인과 '이탈리안·태국 개발'이 공사를 맡았다. 방콕시 당국은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10명이 사망하고, 79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실 공사인가?


패통탄 친나왓 총리(38세, 1986~)는 "방콕 시내 수많은 건물 중 유일하게 이 건물만 무너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건설 예산이 거의 투입됐고 완공 시한이 연장되었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건물 붕괴를 여러 각도에서 담은 영상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면서 "건설사업 경험상 이런 사례는 처음 본다"라고 지적했다. 현 패통탄 총리는 최연소 총리로 23대 탁신 친나왓 총리의 막내딸이자 고모에 이은 2번째 여성총리이다.


태국 방콕 건물 붕괴 잔해_20250328.jpg 방콕의 붕괴된 건물 잔해, 출처: EMSC


전문가들은 붕괴된 건물이 지진 발생 위험 지역에서는 권장되지 않는 '플랫 플레이트 슬래브(Flat plate slab)' 방식(무량판 구조)으로 건설되고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기둥 위에 바로 바닥을 얹는 구조로, 추가적인 보가 없어 내진 성능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2023년 문제가 됐던 그 공법이다. 마치 다리만 있는 테이블처럼, 수평 지지대가 없어 지진 발생 시 갑작스럽게 완전히 붕괴되기 쉽다는게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이야기된다.


하성퇴적물에 따른 공진현상인가?


붕괴된 건물은 돈므앙 국제공항에서 남서남쪽으로 13km 정도 떨어져 있다. 짜오프라야강의 하구 근처인데 하성(河成) 충적층(river alluvium)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방콕은 부드러운 토양 위에 건설돼 있는데, 이러한 토양은 지진파를 강하게 증폭시킨다. 또한 이번 지진을 일으킨 사가잉 단층의 파열 방향이 방콕으로 향하고 있어 방콕에서 지진 흔들림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진원과 원거리에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는 멕시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진동수의 단위인 1Hz는 1초에 1번 주기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고, 2Hz는 1초에 2번 주기적인 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지진의 진동주기는 대체로 0.2~0.4초(2.5~5Hz 내외)에 해당된다. 그리고 건물의 고유진동수는 대략적으로 ‘10/층수’로 계산된다. 만약 5층의 경우 건물의 고유주파수는 약 2Hz로 계산되므로 이러한 단주기 지진으로 2층~5층이하 낮은 건물은 지진 진동과 공진하여 더 큰 피해를 입는다. 그런데 이번에 붕괴된 건물의 높이인 33층이면 건물주파수는 0.3Hz에 해당(진동수 3.3)되는데 일반적인 지진의 진동주기와는 다르다.


따라서 이번 붕괴 사건이 부실시공에 의한 것인지 토양 증폭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이 두 원인이 중첩된 것인지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1985년 멕시코 지진 - 미초아칸 지진(El terremoto de México de 1985)


1985년 9월 19일 멕시코 현지시간 오전 7시 17분에 발생한 규모 8.0의 지진이다. 사망자 약 9500명, 부상자가 3만 명 발생했다. 진원은 멕시코시티에서 서남쪽으로 350km 떨어진 태평양 연안 지역인 미초아칸 주 라사로 카르데나스 인근지역이었다. 멕시코시티의 피해가 막심했는데, 주로 6~16층 사이의 중간 높이 건물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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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멕시코지진의 피해 사진과 진앙지 자료, 위키미디어: Roberto Esquivel Sánchez, USGS


멕시코시티는 호수의 도시


진앙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멕시코시티에 피해가 커진 이유는 멕시코시티가 과거 호수였던 곳을 매립한 지역에 건설되었다는 것이다. 진앙 지역의 지진의 지반가속도(g)는 16% 정도였지만, 멕시코시티에서는 4% 정도로 감소했다. 하지만 텍스코코호수(Lake Texcoco)의 바닥에 퇴적된 점토와 모래들 위에 건물이 건설되어 이러한 물질들이 지진의 진동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지진파가 전달되면서 이 매립지에 건축된 건물 중에서 진동주기가 1~2초인 건물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입었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1519년 당시에는 현재의 멕시코시티(☆표) 주변은 모두 호수였다. 식민지 시절을 거치면서 이 호수는 점차 매립되었고 인구집중에 따른 주거지 마련에 따라 현재는 거의 다 매립된 형편이다. 500년의 기간은 지질학적으로 찰나와 같아서 호수퇴적물이 고결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위에 지은 건물은 기초 없는 모래성처럼 작은 진동에도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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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인류사박물관의 텍스코코호수(Lake Texcoco) 그림과 1519년 당시의 지도(☆가 현재 멕시코시티), 위키미디어: Gary Todd, Sarumo74


그로부터 정확히 32년 뒤인 2017년 9월 19일 13시 14분, 멕시코시티와 가까운 푸에블라 주 산 후안 라보소(San Juán Raboso) 동남동쪽 5km 지점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다. 사망자만 최소 366명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2년 9월 19일에 또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다. 9월 19일은 1985년 대지진을 추모하기 위해 실시되는 연례 지진 훈련이 있는 날로, 2017년, 2022년 지진은 이 훈련이 끝난 직후 발생했다. 지진경보를 훈련 경보로 잘못 알아 제때 대피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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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지진의 피해 사진(2017(좌), 2022), 위키미디어: ProtoplasmaKid, joleBruh

멕시코 지진이 유독 9월 19일에만 발생하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이때 지진대비훈련을 실시하는데, 훈련상황과 실재상황을 혼동하는 등 문제가 속출했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2023년에는 훈련을 5달 앞당겨 4월 19일에 1차 지진 대비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물론 9월 19일에는 제2차 훈련을 했다. 지진을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잘 설명하는 사례일 것이다.




이번 지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가 얼마나 지진에 안전한 지역에 위치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지진에 영원토록 안전한 지역은 없다. 항상 관심을 갖고 사전에 미리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관련 인력의 양성, 꾸준한 연구지원, 지속적인 조사 등이 기초과학인 지구과학을 키우고 우리 국토와 나라를 지키는 의식주 같은 필수 사항임을 잊으면 안된다.


반복되는 비민주적인 정치 상황, 2021년 부터 지속되어 온 내전, 오랫동안 빈곤에 방치된 미얀마 국민에게 이번에 지진까지 덮쳐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지진의 피해가 미얀마 국내총생산(GDP, 2023, 98조 원, 667억 6천만 달러)을 넘을 수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참고로 2025년 서울시 예산이 약 48조 원이다.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잠재력있는 미얀마에서 이번 사태를 잘 극복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Wang Yu, Kerry Sieh, Thura Aung, Soe Min, Saw Ngwe Khaing and Soe Thura Tun, Earthquakes and slip rate of the southern Sagaing fault: insights from an offset ancient fort wall, lower Burma (Myanmar), Geophysical Journal International, 2011, 185 (1): 49–64. Bibcode:2011GeoJI.185...49W. doi:10.1111/j.1365-246X.2010.04918.x.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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