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뒤구르기를 해 보았다. 고개는 옆으로 빼고, 두 다리를 한쪽 어깨 쪽으로 보내면서 뒤로 샥 구르는 거였는데, 보기엔 참 쉬워보였는데 내가 하니 잘 안 됐다.
옆구르기를 배울 때도 등이 아니라 어깨로 굴러야 한다는데, 시범을 볼 때는 알겠는데 막상 해보니 굴러지지 않고 바닥에 그냥 대자로 누워버리게 되곤 했다.
체육관에서 말 그대로 굴러다니며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몸의 각 부분들을 써 보면서, 내 몸이 내 생각만큼 잘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답답했다. 50분 수업 중에 4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옆으로 누워 한쪽 어깨를 바닥에 대고 엉덩이를 들어올려 몸이 삼각 모양이 되게 하는 동작이었는데 아무리 해도 안 됐다. 이번 생에는 안 되나 보다 싶었다.
"나이스!"
관장님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안 되던 동작이 된 거였다. 기분이 째졌다. 이게 뭐라고 마치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오른 듯이 기뻤다.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밀려왔다.
이렇게 성취감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이었더라?
대학에 들어갔을 때, A+ 학점을 받았을 때, 취업이 됐을 때 등등 굵직한 일들밖에 생각이 안 났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더욱 더 성취감을 느낄 만한 일이 없었다. 내가 노력하고 잘한다고 해서 아이가 잘 크는 것도 아니고, 늘 부족한 것 같아 걱정하고 미안해 하는 게 엄마의 삶이니 말이다.
세상에는 열심히 노력해도 운이 나쁘면 결과가 안 좋은 경우가 있는데, 몸은 그렇지 않았다. 내 노력과 연습에 정직하게 반응했다. 주짓수 기술 시범을 보며 배우고, "열 번 합시다!", 다같이 박수 짝! 하고 연습을 하면, 열 번째에는 몸에 그 기술이 익숙해져 있었다. 매일 주짓수 수업을 갈 때마다 내 몸을 내 뜻대로 움직였다는 작은 성취감을 얻었다.
이렇게 쌓인 성취감은 내게 자기효능감을 회복시켜줬다. 자기효능감은 내가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아이들 하원 후 육아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전쟁 같은 주말과 연휴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단절된 경력으로 돌아갈 곳 없어 보이던 세상에도 내 자리가 있어 보였다. 내 몸을 컨트롤 한다는 작은 감각이 내 삶 전체를 희망적으로 바꿔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