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무릎이 아팠다. 걸을 때 힘이 실리면 통증이 느껴졌다. 계단을 오를 때 난간을 잡지 않으면 오르기가 힘들었다. 큰일이다. 우리 집은 엘레베이터가 없고 3층. 둘째는 아직 안고 올라가야 하는데. 혹시라도 깁스를 하게 되면 어쩌지? 가슴이 덜컥 했다. 둘째는 엄마 손이 아직 많이 필요한데. 내가 아니면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는데. 깁스를 하고 당분간 목발을 짚어야 하면 어떡하지. 집안일은 어떻게 하고 애들 케어는 어떻게 한담. 당장 애들을 데리고 집까지 올라갈 수도 없을 거야. 다치지 말아야해. 내가 다치면 대안이 없어.
상대의 다리에 내 다리를 걸어 컨트롤하는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나도 초보였고 내 파트너도 초보였다. 둘다 열심히 설명을 듣고 배운대로 서로의 다리에 각자의 다리를 걸고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엇. 무릎에서부터 찌릿한 느낌이 몸을 타고 올라왔고 그대로 주저앉았는데 한 3초 정도 숨이 안 쉬어졌다. 무릎이 뭔가 잘못됐다. 호흡이 돌아오고 통증이 조금 가라앉자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잘 움직였고 무릎을 굽히고 펼 때도 아프지 않았다. 다행이다. 무릎이 잠깐 삐끗했나보다. 심하게 다친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무릎이 더욱 아파지기 시작했다.
정형외과에선 다행히 뼈나 인대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약을 처방 받아 먹고, 무릎 보호대를 찼더니 걸을 만 했다. 주짓수는 결국 며칠을 쉴 수밖에 없었다.
주짓수를 하면서 나는 내가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남을 아프게 하는 격투기 종목을 배우면서 나는 왜 아프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지금 돌아봐도 참 의아할 정도다. 이는 내가 미리 생각하기보다는 직접 겪어봐야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이번 무릎 사건으로 다치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다치면 운동을 못할 뿐 아니라 엄마로서의 삶 자체가 당분간 불가능해질 수 있다. 덕분에 이젠 수업을 들을 때 다치지 않는 포인트를 꼭 기억해 두고, 스파링을 할 때도 항복을 의미하는 탭을 빨리 친다. 스파링에서 졌다는 비굴한 감정쯤 느끼면 어떠랴. 당장 내가 다치게 생겼는데.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내 몸과 삶을 지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