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해서 살 빠졌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안 빠졌습니다."
빠지기는 커녕 오히려 쪘다. 내 느낌에는 주짓수 덕에 복근을 얻은 것 같지만 두툼한 뱃살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살도 안 빠졌다면 운동이 별로 안 되는 거 아냐?"
그건 절대 아니다. 단시간에 이렇게 땀이 많이 나는 운동이 또 있을까 싶다. 주짓수 1시간 하고 나면 머리카락과 두꺼운 도복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엄청나게 난다. 심박수도 매우 빨라져서 손목의 피트니스 밴드가 항상 고강도 운동으로 인식할 정도다.
역시나 살을 빼는 건 운동보다는 음식의 문제. 오전 10시에 운동하고 11시에 끝나 집에 오면 그렇게 음식이 땡길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점심을 땡기는 만큼 다 먹어 버린다. 밥을 배부르게 먹고 디저트까지 알차게 챙겨 먹는다. 주짓수 하고 나서 이전보다 먹는 양이 늘었으니 살이 빠질리 만무하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주짓수 하면 살이 안 빠지는 게 아니라, 나만 안 빠졌다. 주짓수 하고 음식을 조절하면 살은 반드시 빠진다.
살은 안 빠졌지만 주짓수 덕에 체력과 힘은 늘어났다. 주짓수 기술이 코어 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단련시켜 주는 게 많은 데다가, 밥도 잘 먹으니 체력이 늘 수밖에.
그래서 덕분에 아이들과 몸으로 더 많이 놀아줄 수 있다. 비행기도 전보다 더 오래 태워줄 수 있고, 아이들을 투포환 삼아 빙빙 돌리다 휙휙 던져 주고, 엄마 집게발 놀이라며 도망가는 아이들을 두 다리 허벅지 힘으로 꽉꽉 잡아주면 애들은 좋다고 그렇게 깔깔댄다. 껴안고 옆구르기도 몇 번을 하고, 앞구르기 대결에도 열심이다.
그렇게 몸으로 놀고 나면 아이들도 머리카락이 땀에 다 젖은 채로 세상 밝게 웃어 제낀다.
나도 주짓수 바디프로필 화보에 나오는 힙하고 예쁜 몸매가 부럽고, 언젠가는 도복 입고 바디프로필도 찍어보고 싶긴 하다. 이런 내 희망과 달리 나는 점점 근육 돼지가 되어 가지만, 힘 세고 체력 좋은 엄마가 돼서 나도 아이들도 행복하니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