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었다. 내 생일 때마다 남편이 사오는 투썸의 딸기 초코 케이크를 먹었고, 이제 막 한글을 쓰기 시작하는 첫째 아이의 편지를 받았다. 친정과 시댁 식구들에게 생일 금일봉을 뜯어 내어, 눈독 들여놨던 바이레도의 헤어 퍼퓸과 록시땅의 핸드크림을 주문했다. 그리고 히피 펌을 했다. 오랜만에 빠글빠글한 머리가 되었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첫째는 보자마자 엄마 파마하니까 너무 예쁘다고 했고, 둘째는 예상대로 엄마 너무 못생겼다고 했다. 둘째는 엄마가 파마한 게 꽤나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자기 전에는 제발 엄마 머리가 예전처럼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엄마가 라푼젤 영화에 나오는 마녀 같다고 했다. 찾아봤는데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마흔이다. 어머, 이제 불혹이야?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마흔보다 불혹이라고 하니까 더 나이 든 것만 같다. 동생이 자기가 일하는 피부과에 오면 생일 기념으로 보톡스든 리프팅이든 다 해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언니가 서울에 살면 그렇게 해줄텐데, 라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안 늙으려고 그런 걸 맞는 거야? 어차피 늙을 바에야 그냥 자연스럽게 늙는 게 낫지 않아? 게다가 내가 뭐 일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주름 관리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라고 내가 말했는데, 동생이 천천히 늙는 것도 나쁘지 않지, 했다. 근데 그 말에 홀랑 넘어가 버려서, 제주에 아는 피부과 있어? 라고 물었다. 동생은 어느 부위에 맞고 가격은 얼만지도 친절히 알아봐 주었다. 얼굴에 보톡스를 부위별로 다 맞아도 끽해야 10만 원이고, 1년에 한 번만 가도 된다고 해서, 매년 생일 기념으로 가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얼굴에 주사를 맞기 시작하는 건가.
생일이라서 이렇게 행복했다. 행복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