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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안 가니까 좋아

by 제니앤

첫째 아이가 어제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오늘 첫 수업을 들었다. 엄마가 학교 건물로 들어갈 수 없어서, 학교 현관 밖에서 아이를 들여보내며 혼자서 교실을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했다. 반에 친했던 유치원 친구들이 하나도 없이 다 새 친구들인데, 친구는 잘 사귈 수 있을까, 쉬는 시간에 화장실은 잘 다녀올까, 우유는 다 먹을까, 급식도 잘 먹을 수 있을까, 학교로 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얼마나 걱정스러웠는지 모른다.


같은 반 27명의 아이들 중에 19명이 돌봄교실에 간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돌봄교실에 가지 않는 8명에 속했다. 주변의 초등 선배맘들은 내게 왜 돌봄을 신청하지 않았냐고 나무라듯 말했다. 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신청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나는 집에 있는 엄마니까 굳이 돌봄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안 했는데, 내가 아직 힘든 걸 못 겪어봐서 그런 거라는 말을 들었다. 집에 있는 엄마라도 돌봄은 당연히 신청해야하는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래도 막상 8명이라는 소수에 속하고 보니, 남들처럼 돌봄을 신청했어야 했나 은근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1학년 아이들은 다들 돌봄 교실에 가서 놀면서 더욱 친해진다고 했다. 우리 아이만 거기에 끼지 못해서 아이들과 친해질 기회가 사라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1시에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 아이는 밝은 얼굴로 나와서는 학교가 재미있었고, 쉬는 시간에 새 친구도 사귀며 잘 지냈다고 말했다. 덧붙여 자기는 돌봄 안 가서 좋다고. 이 말에 그동안의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래, 네가 좋으면 됐어.



너의 초딩 생활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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