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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왜 쓰냐고 묻는다면

by 제니앤

올해 동네 독립서점의 소설 쓰기 모임에 참여하면서, 2주에 하나씩 소설을 쓰고 소설을 읽고 있다. 그러면서 가끔씩 생각 구조가 소설로 작동하는 때가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새벽 5시 20분, 안방 문이 스르르 열렸다가 뒤로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한 뼘도 안 되는 발바닥으로 맨 마루를 착착 밟으며 빛에 익숙하지 않은 눈을 찡그리곤 엄마를 찾는 아이가 있다. 민정은 의자에서 일어나 아이를 안고 아이의 그 오똑한 콧날을 쓸어내리며 묻는다. 아직 다섯 시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빨리 깼어? 아이는 엄마 가슴에 부스스한 머리를 묻고는, 엄마- 나 자는 동안 공부했어? 한다.


애가 새벽 5시에 깼다, 로 끝날 문장을 이렇게 길고도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그러다 이 문장을 어떤 이야기 속에 넣을까 골몰해본다. 그러다가 도대체 나는 왜 소설을 생각하고 소설을 쓰는 것일까 스스로 궁금하게 여겨본다.


소설은 묘사를 통해 이야기 속에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독자는 의식할 새도 없이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상 한 복판에 서서 이야기에 속수무책으로 몰입하게 된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직접(?) 경험한 이야기는 힘이 있다. 소설은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휘저어 놓곤 했다. 나는 이 힘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 모임이 끝나도 내가 이걸 계속하게 될까. 일단은 끝까지 가 봐야지. 조만간 A4 3쪽 분량의 소설을 써야 한다. 썼던 걸 고쳐 쓸 것인지, 새 이야기를 쓸 것인지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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