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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정지우 작가님 글쓰기 강의를 듣고

by 제니앤

매일 글쓰기 모임을 통해 정지우 작가님의 글쓰기 강의를 들었다. 사실 나는 정지우 작가님이 누구신지 몰랐는데, 단톡방에 강의 공지가 올라왔을 때 뜨거운 반응을 보고 유명하신 분인 걸 알았다. 어떤 분이신지 너무 궁금해져서 밀리의 서재에서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를 찾아 읽었는데, 그분의 글을 읽자마자 그분의 팬이 되었다. 그렇게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은 작가님의 글쓰기 강의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독자는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이번 강의를 들으며 내게 가장 와닿았던 말이다. 글을 솔직하게 쓴다면서, 일상을 기록한다면서, 내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그동안 배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에게 공개하는 글을 올리면서 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내가 글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폭력이 되지 않을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를 치유하기 위한 글, 내 감정과 생각을 풀어내기 위한 글은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서둘러 글을 발행하기 전에, 꼭 다시 읽어보며 고치고 살피는 과정을 거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 예의를 지키는 글쓴이가 되어야겠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단문의 구어체 글쓰기는 지양하고 단락을 구성하고 분량을 정하며 기승전결이 있고 메세지가 분명한 글을 쓰는 훈련을 하라고 하셨다. 내 글이 책이나 매체에 실리기 원한다면 이러한 글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매체에 실리는 글을 쓰고 싶은가?’ 라는 질문이 내 안에 떠올랐다. 그러면서 최근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기사 글들이 퇴짜를 맞은 이유도 깨닫게 되었다. 너무 개인적이고 일기에 불과해 매체에 실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글이었다. 책을 쓰거나 매체에 실리는 글을 쓰려면 그야말로 훈련이 필요하다. 나는 이 훈련을 감당할 만한 동기가 있는가?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을 쓰려고 생각하고, 써 내고, 결과물을 보는 과정이 좋다. 그래서 책을 낼 거냐고 묻는다면 그럴 거라고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다. 내 안에 책을 내고 싶은 동기가 있다면 오로지 인정받고 싶은 욕심뿐인 것 같다. “우와, 네가 책을 내다니 진짜 대단하다.” 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외에는 솔직히 내가 왜 책을 내야하는지 모르겠다. 내 글로 세상이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이 인정욕구는 사실 내가 추구하기보다는 버리고 싶은 것에 가까운 것이어서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을 따라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므로 ‘내 글이 책과 매체에 실려야 한다’ 라는 명제에 적절한 이유를 찾아낼 때까지 나는 나를 위한 글쓰기를 이어가기로 한다.


매일 내게 침입하는 평가의 기준들과 싸우기 위해 글을 씁니다.


이 말씀을 들으며 진정으로 공감했다. 하루를 살다보면 수많은 가치관들과 생각과 흐름과 감정들이 나를 침범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런 것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리는 날에는 열등감과 무력감에 고통스러워하곤 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안 하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글쓰기가 이렇게 나를 흔들어 놓고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들과 싸우는 방법이라니 너무나 멋지다.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를 필터링하면서, 조용히 습격해 온 존재들을 내쫓고 나의 신념과 가치관을 다시금 부여 잡는다. 나도 이런 글쓰기를 지속해 나가며 나를 지키고 사랑하고 싶다.



강의를 듣고 나서 글이 더욱 쓰고 싶어졌다. 글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싶어졌다. 변화가 느껴진다. 좋은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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