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20분. 나는 귀마개를 찾아 귀에 꽂는다.
유치원 가방에 물통과 원아수첩을 넣고,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나오니 둘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기 시작한다. 훌쩍훌쩍이 아님에 주의. 엄마아아아아아 으어어어어어어 흐흑꺼어어어어 으앙아아아아아. 우는 소리가 매우매우 시끄럽다. 본래 귀가 밝은 나는, 귀청을 찢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으면 짜증이 치솟기 시작한다. 그래서 같이 소리 지르고 화내지 않으려고 시작에 앞서 귀마개를 낀다.
아이는 쉬가 마렵다고 한다. 쉬를 하고 나오니 쉬한 곳이 가려우니 연고를 발라 달라고 한다. 나는 연고인 척 로션을 짜서 발라준다. 진짜 연고를 바르면 지금부터 수없이 연고를 같은 곳에 발라야 하기 때문이다. 진짜로 피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데 진짜 연고를 발라주는 게 걱정이 된다. 연고인 것 같은 로션을 바르면 아이는 팬티를 갈아입혀 달라고 한다. 서랍에는 자기 마음에 드는 팬티가 없으니 새로 빨래한 것을 가져오라고 한다. 분부대로 가져와 입힌다. 방금 쉬했는데 또 쉬가 마렵다고 한다. 변기에 앉았지만 당연하게도 쉬가 안 나온다. 그래도 휴지로 닦으라고 한다. 또다시 가렵다며 연고를 바르라고 한다. 또 새 팬티로 갈아입히라고 한다. 이렇게 계속 반복이다. 우는 소리는 bgm으로 계속 깔려 있다. 귀마개를 꼈지만 나도 슬슬 짜증과 화가 치민다.
결국 화장실 - 연고 - 팬티 의 무한 반복을 고함과 힘으로 멈춰 버리고 옷을 입혀 집을 나온다. 아이는 계속 운다. 도대체 왜 유치원 가는 게 무서워? 방과후에서 어려운 거 할까봐 무서워. 어려운 거 안 해. 어려운 걸 해도 선생님이 다 도와주니까 괜찮을 거야. 흑흑흑흑 엉엉엉엉.
아이는 올해 여섯 살이 되었고, 오늘은 다섯 살 반에 가는 마지막 날이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쨋든 아침마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무섭다고 운다. 물론 유치원에서 뭔가 학대가 있다거나 문제가 있다면 나도 안 보낼 것이지만, 이렇게 아침에 지랄을 해도 일단 가면 잘 지내고 하원 시엔 밝은 얼굴이다. 하도 경기를 하듯이 거부하니 결석을 시킨 적도 있다. 그런데 집에 있으면 여섯 살짜리가 티비나 더 볼 뿐이고 엄마도 해야할 일과 쉼을 갖지 못하니 서로 힘들기만 하다.
둘째는 첫째와는 성향이 많이 다르다. 자기 고집이 세고 자존심도 세다. 자기 생각을 꺾고 친구에게 맞춰 주느니 혼자 노는 편을 택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유치원에서 같이 어울려 노는 친구가 별로 없고 주로 혼자 논다고 한다. 혼자 노는 게 어떠냐고 물으니 좀 심심하지만 괜찮다고 한다. 참관 수업을 가면 앞 자리에 앉아 선생님 말씀을 집중해서 잘 듣고 있고, 각종 활동도 무리 없이 잘 해낸다. 발표회 연습도 잘하고 실전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잘 해내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니 집에 있는 것보다 유치원에 가는 게 낫다고 여겨져 어떻게든 보낸다. 그런데 여섯 살에도, 일곱 살에도, 이러다 학교도 안 가겠다고 하면. 언제까지 강제로 보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정말로 홈스쿨링을 해야 하나. EBS에 초등 과정도 있는지 검색해 본다. 자기가 좋아하는 발레 학원은 울지 않고 잘 가는데. 홈스쿨링을 하면서 집에서 못해주는 건 사교육으로 돌려야 하나.
도대체 왜 그렇게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아침마다 눈물 바람일까.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