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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입원했다

by 제니앤

첫째 아이가 성장호르몬 검사를 위해 입원했다. 라인을 잡고 여러 번 채혈해야 하고, MRI도 찍어야 해서 1박 2일을 병실에서 지내야 했다. 우리 부부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달리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갑자기 출근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둘째를 집에서 재우다 급하게 병원에 돌아왔다.


내가 집에 있는 동안, 아이 팔에 잡아놓았던 채혈 라인이 막혀서 다른 혈관에 다시 찔러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패닉에 빠져 발버둥 치고 울고불고 할 아이를 생각하니, 배가 사르르 아팠다. 차라리 내가 보고 있으면 나을 텐데. 내 통제권을 벗어난 일 가운데에서 불안이 내장을 자극하고 있었다. 불안하고 긴장되면 왜 배가 아플까? 뇌는 왜 장을 자극하는 걸까? 변기에 앉아 배를 움켜잡고 생각했다.


어제 오늘 제주에는 눈이 많이 왔다. 게다가 영하의 기온으로 인해 빙판이 된 길이 많았다. 12월에 스노우 타이어로 갈았지만,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는데 브레이크가 먹지 않았다. 다행히 사이드브레이크와 기어P로 멈추긴 했지만, 식겁했던 경험으로 둘째 아이 하원 시엔 택시를 탔다.


그런데 밤 9시 반에 둘째를 태우고 다시 병원에 돌아가야 했다. 밤이 되어 더욱 빙판이 된 길이 많을 텐데. 곤히 자는 둘째 아이를 깨우고 양말을 신기고 잠바를 입히고 내일 입힐 옷을 가방에 넣으면서 걱정했다. 병원에 빠르게 돌아가야 하는데, 빙판 길 늦은 밤엔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차에 시동을 걸고 둘째를 옆에 앉히고 병원으로 향하면서, 어떤 차가 주르륵 미끄러져 내 차를 들이박는 상상에 몸서리쳤다.


다행히 병원에 잘 돌아왔다. 복도의 환한 불이 새어드는 병실에서, 짧고 딱딱한 보호자용 이동식 침대에서, 두 아이의 밤 오줌 시중을 들면서, 자는 것 같지 않았던 밤을 보냈다. 아이들이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엄마도, 집에 가고 싶어.



왜 키가 안 커서 이 고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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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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