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어깨 위로 팔을 뻗어서 등 뒤의 띠를 잡으면 상대를 컨트롤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그렇지만, 어유, 저는 잘 안 돼요. 팔이 안 닿네요."
설명을 듣던 관원들이 와하하 웃는다. 대단한 실력자인 관장님이 자신의 작은 체구로는 어려운 동작이라며 도리질을 치며 이야기하실 땐, 진지하던 체육관 분위기도 한결 풀어진다. 팔다리도 길고, 키도 커서 주짓수 하기에 피지컬이 좋은 사람이 주짓수를 가르쳐 준다면 멋있기는 할텐데, 지금처럼 재밌지는 않을 것 같다. 주짓수는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이길 수 있어서 더욱 재밌다. 신체적인 제약을 몸의 해부학적 구조와 물리학적 원리로 극복해 낸다. 나도 작은 사람이기에, 내가 이 구조와 디테일을 잘 지킨다면 큰 사람도 넘어뜨릴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초창기에 대중화시킨 엘리오 그레이시도 작고 왜소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주짓수에 대한 열정만큼은 작지 않아서 자신과 같은 체구의 사람도 충분히 주짓수를 수련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발전시켰다. 그가 브라질 곳곳을 다니며 최고의 무술 강자들을 차례로 꺾기 시작하면서 그의 주짓수는 유명해졌고, 작고 약한 사람도 크고 강한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무술이 탄생했다.
주짓수는 작다고 얕보면서 거세게 들어오는 힘의 흐름을 이용해 오히려 그 힘이 상대방을 쓰러뜨리게 만든다. 몸을 지렛대로 만들어 크고 무거운 사람을 넘어뜨리는 구조를 배운다. 힘으로 버티고 선 사람의 균형을 흔들어 무너뜨린다. 원칙과 디테일, 스텝 하나하나를 잘 기억하고 그대로 사용한다면 거대한 산 같은 사람도 자그마한 돌에 기우뚱한다.
모든 조건이 완벽하고 잘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은 재미없다. 역전은 언제나 우리에게 짜릿한 쾌감을 준다. 주짓수는 날마다 역전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셈이다. 스파링을 하기 위해 매트 위에 설 때마다 나는 늘 다윗이 된 것만 같다. 상대는 거대한 골리앗. 아직은 골리앗에게 지기만 하지만, 언젠가 역전의 기술로 골리앗을 쓰러뜨릴 날을 꿈꾼다.
인생이라는 매트 위에서도 역전의 묘미는 항상 존재한다. 무능하고 무력하게만 느껴지는 나의 오늘이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를 준다. 약점을 드러내 놓은 이야기가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연다. 캄캄한 땅 속에서 눈물과 한숨으로 버티고 쌓아올린 하루하루가, 돌아보니 어느새 단단한 토대가 되어 있다. 역전의 쾌감을 누릴 날은 반드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