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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Oct 05. 2023

아이유가 부러워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20231005 #아이유 #길 #정업


 형이 집에 사둔 2022년 아이유 콘서트 영상, [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를 보았다. 와~ 참 예쁘다. 노래 참 잘한다. 저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는다니 부럽다. 아이유는 전생에 어떤 복을 지어놓았기에 이번 생에 저런 삶을 사는 것일까? 


 나는 아이유가 부러웠다. 노래도 잘 만들고, 잘 부르고, 연기도 잘하고, 예쁘고, 기부도 많이 하고, 생각도 깊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아이유처럼 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아이유가 될 수 없다. 나는 노래를 잘 쓸 줄도 모르고, 잘 부르지도 못하고, 예쁘지도 않고, 더군다나 마음 씀씀이가 아이유처럼 넓지도 않다. 아이유는 팬클럽, 같이 일했던 사람들, 스태프들, 선후배들한테 다 잘하고. 또 그런 사람이기에 지금 잘된 것일 텐데? 거기다가 피나는 노력까지. 방송에서 웃는 역할이라도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목이 쉬기도 했다는 얘기도 봤고, 책도 많이 읽고, 노래 연습도 많이 할 거고. 내가 노력해서 될 게 아닌 거 같다. 


 이 세상에서 아이유는 아이유의 역할이 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연기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대도 아이유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대신 나에게는 나의 역할이 있다. 나의 운명과 노력이 나를 의사의 길로 이끌었고, 여러 과 중에서 정신과를 택했으니, 정신과 의사로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덜 괴롭게 돕는 것이 그것이다. 나는 내 역할을 잘하면 된다. 그게 내가 이해한 팔정도(八正道)의 정업(正業)이다. 조규성이 차쥐뿔에 나와서 한 얘기가 떠올랐다. 본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메시가 될 수는 없지만, 축구는 11명이 하는 게임이며, 자신은 돕는 역할을 잘할 수 있었고, 그쪽으로 노력했다고 했다.* 본인의 한계를 알고,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올라운더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어려우니까. 


 아이유처럼 살면 어떤 느낌일까?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도 살아보고도 싶다. 만약 다음 생에 그렇게 살 수 있다면, 그때는 반대로 의사로서의 삶이나 보람, 고충을 모르고 궁금해하겠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윤회하는 동안 어떤 삶을 사느냐가 아니라 윤회를 벗어나는 거(해탈)니까, 삶 하나하나에 연연하거나 매이지 말아야겠지. 혹시 또 모르지, 내가 지금 관심받고 싶어 하는 걸 보면 전생(前生) 중에 언젠가 한 번은 연예인이었는데 그 습(習)이 여태 남아있는 것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아쉬움이 덜할지도 모르겠다. 여러 삶을 산다고 생각하면, 이번 생은 이렇게도 살아본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이 글은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얘기가 되겠다. 




 p.s. 웃다가 목이 쉬었다는 얘기를 찾다가, 아이유도 논란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닌가? 근데 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 어차피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나도 그렇다. 어차피 이 세상에 완전한 이해라는 건 없으니까. 다 각자의 인식(認識)으로 세상을 받아들이지 않나? 


 아이유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보다, 아이유의 모습에서 내가 무엇을 배우고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실천할지를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 어차피 상대는 내가 바꿀 수 없고, 바꿀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니까. 그런 관점에서 계속 생각하다 보면 상대보다 나에게 더 집중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자존감(自尊感)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지. 



*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EP.23 시각적 이열치열 코리안 핫가이 조규성

https://youtu.be/sGVRufaMlFY?si=gNTGfLbDCeW_z0i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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