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Nov 09. 2023

최선의 선택

There & Then과 Here & now. 과거 받아들이기

#20231109 #과거 #수용 #선택 


 고등학교 세계사 수업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역사란 과거(유물)와 현재(역사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 H. Carr의 말이었다. (교과서의 거의 첫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기억에 남은 게 이거뿐인 걸 보면 수업을 제대로 안 들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또 역사에 관해서 좋아하는 말은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이다. 이 두 명제는 한 사람의 인생(人生)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한 개인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는 현재의 시점에서 자신의 기억을 재구성한 것이다. 인간은 망각(忘却)의 동물이다. 그래서 아무리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흩어진다. 같은 일도 A 시점에서 기억한 것과 B 시점에서 기억한 게 다를 수 있다. 즉, 한 사람의 과거는 현시점의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지금의 이 사람은 그때의 그 사람이 아니므로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대화를 한 결과가 이전과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억력이 아주 좋은 사람이 있어서 본인이 겪었던 일을 다 기억할 수 있다고 하자.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지금 와서 바꿀 수도 없다. 선택의 순간은 이미 흘러갔다. 지금의 이 사람은 과거를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것도 소용이 없다. 역사에 ‘만약’이 없는 것과 같다. 있었던 일을 없앨 수도, ‘다르게 흘러갔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도 소용없지만, 그때의 일을 받아들이는 지금 이 사람의 태도는 바꿀 수 있다. 그때의 그 상황도, 그때의 그 사람도, 그때의 그 선택도 바꿀 수 없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받아들이는 태도만 유일하게 바꿀 수 있다. 


 어차피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도 되는 거라면, ‘그때의 그 사람’은 ‘그때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거라고 믿자.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다. 그때의 그에게는 그게 최선이었을 거라고, 그 선택지밖에 없었을 거라고, 그렇게 믿자. 중요한 건 지금이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건 간에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가 만들어가는 거니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늘 있겠지만,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그때도 최선의 선택을 했을 거라고 믿도록, 하루하루 최선의 선택을 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자살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