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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l 12. 2024

끼어드는 차들을 보며

인토(忍土), 중생(衆生)

#20240712 #운전 #인토 #중생


 운전할 때 화가 많이 나는 이유를 알았다. 도로 위는 마음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빨리 가려는 사람, 천천히 가려는 사람. 험하게 운전하는 사람, 안전하게 운전하는 사람. 끼어들려는 사람, 끼어들지 못 하게 하려는 사람. 교통법규를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 이런 거쯤이야 하는 사람. 각자의 마음이, 서로가 원하는 것들이 다르고 부딪혀서 클랙슨이 울리고 하이빔을 쏘고 인상이 구겨지고 화가 나는 그런 공간.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유턴을 하기 위해 서 있는 기다란 줄 뒤로 천천히 굴러가던 참이었다. 한 차가 급하게 내 앞에 끼어들었다. 얼마나 마음이 급한지 비상등도 한 번 키고는 바로 꺼버렸다. 나는 그냥 ‘참 나’하고 말았다. 


 그런데 또 다른 차가 와서는 끼어달라고 깜빡이를 켰다. 내 앞 차는 끼워줄 생각이 없었는지, 그 앞에 바짝 붙여서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자기도 그렇게 들어와 놓고는 정작 자기는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다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게 딱 이 말이다. 심지어 방금 그랬는데. 얼마나 바쁘면 그럴 여유도 없을까! 


 나는 뒤에서 그걸 보고 있다가 또 ‘참 나’하고 기다려서 그 차를 끼워주었다. 이번 차는 고마운지 비상등도 꽤 오래 켰다가 껐다. 




 이런 세상이다. 도로 위만 해도 이렇게 중생들이 서로 마음을 내고 부딪히고 화합했다가 어긋나는 곳인데, 하물며 세상이랴.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을 참아야 사는 세상이라는 의미에서 인토(忍土)*라고 하셨나 보다. 



* 불교신문, “모든 것은 변하기 때문에 희망도 있는 것입니다”, 2013.07.23.,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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