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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ug 03. 2024

차 선팅과 마음의 벽

범종(梵鐘)의 의미

#20240803 #선팅 #마음의벽 #범종


 어릴 때 아빠 차에 타다 보면, 아빠가 운전하다가 간혹 앞이나 뒤쪽을 힐끔 보시고는 선서하듯이 오른손을 드시는 걸 본 기억이 있다. 왜 손을 드시냐고 물어보면 아빠는 앞차나 뒤차에 인사하는 거라고 했다.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시간이 흘러 나도 운전을 하게 되었다. 운전하다 보면 갑자기 옆 차선으로 끼어들거나 급하게 멈추는 등 앞/뒤차에 미안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손을 들거나 비상등을 잠시 켰다가 끈다. 그러면 당한 사람은 손을 들어서 네 마음을 알겠고, 괜찮다고 표시한다. 그럴 때 손을 드는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런데 요새 차들은 선팅이 짙게 되어 있어서 손을 들어도 보이지 않는다. 끼어든 차도 비상등을 켜주면 고마운 거고, 그마저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차의 선팅이 진해진 만큼 서로의 마음의 벽도 진해진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절에 가면 범종이 있다. 종성(鐘聲)을 듣고 중생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어 3계 28천의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얻도록 하고자 함이라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야박해지고, 마음의 벽을 세워야 하고, 근데 깨달으려면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하고. 마음의 벽을 허물려는 사람은 보통 마음가짐으로는 안 되고 정말 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고, 나는 그 마음을 언제 먹나 싶어서 갑갑한 하루하루다. 



* 불교신문, [청년을 위한 불교기초강의] <95>새벽저녁마다 범종을 치는 이유는?, 2021.04.15.,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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