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삶
#20240909 #종교 #삶
전참시, 정승제 생선님을 보고 -
단종 트라우마인지 강박인지, 같은 물건을 몇 개나(옷은 몇백 장이나) 사서 쟁여놓고, 같은 구조의 집과 건물에 안정감을 얻는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내가 감명받은 건 하나의 수학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쉽고, 간단하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설명할지 새벽부터 계속해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언제 사람들에게 저렇게 열성적으로, 열정적으로 내가 배운 것에 대해서 설명하고 알려주려고 하고 했던 적이 있나? 몇 달 전? 1년 전? 에는 그랬던 거 같다. 근데 지금은? 어느 순간에 ‘내가 뭘 안다고?’ 하는 생각에 현타가 왔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들은 걸 떠들기만 한다는 생각에. 실제로 체험해 본 것도, 경험해 본 것도, 어떤 고비를 극복해서 체득한 것도 없으면서 입으로만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하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며칠 전 J와 진지하게 얘기했다. J는 종교(宗敎)를 삶이 힘들 때 마음의 위안을 얻고,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해주는 정도로 생각하지, 삶에 종교가 우선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내 생각, 가치관, 행동들의 기반이 종교가 된다면, 종교가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하고 반박하려다가 못했다. 과연 내가 그런 삶을 살고 있는가 싶은 부끄러운 마음 때문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핸드폰 볼 시간도 없이 고되게 일하고 와서 피곤해서 예민해져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을 내는 J에게 조금의 안타까움도 없이 되받아치는 내가, 도로 위에서 기다랗게 줄을 서 있을 때 애처롭게 방향지시등을 깜빡이며 끼워달라고 하는 차에 일말의 동정도 없이 틈을 내어 주지 않는 내가, 길어지는 환자의 말에 조금의 연민도 없이 그저 ‘떠드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마는 내가 과연 불교(佛敎)를 배우고 있고, 부처님과 같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환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윤회(輪廻)니, 인과응보(因果應報)니, 선연(善緣)이니 악연(惡緣)이니. 아는 거 모르는 거 열심히 떠들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얘기하면 알아나 들을는지, 관심도 없는데 얘기를 꺼내는 건 아닌지, 내가 잘 모르는데 얘기하려니까 말만 길어지고. (잘 알면 아주 쉽고 간단하게,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설명할 수 있었을 텐데)
내뱉었던 말들이 그대로 되돌아와 마음에 꽂혀서 괴롭다. 과연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나?
Reference)
[#전참시] 고막 주의보 발령 단 1초의 오디오 공백도 허용하지 않는 투 마치 토커 정승제 X 궤도ㅣ#정승제 #궤도 MBC240323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