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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지우며

좁아지는 나의 세계

by 초이

#20241121 #노래 #세계 #마음


어느 날 문득, 전주만 나와도 그냥 넘겨버리던 노래 몇몇을 아예 지워버렸다. 그냥 그 가수들의 발언, 행적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목소리를 듣는 것도 짜증 나서 지웠다. 그만큼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노래가 적어졌다. 내가 마음을 좁게 써서, 듣는 노래도 적어지고, 그만큼 내 노래의 반경도 좁아졌다.


마음을 좁게 쓰면 내 세계도 좁아진다. 내가 환자들을 걱정하면서 늘 하는 얘기가 그건데. ‘이 일로 인해서 네 생활이, 네가 경험할 것들이, 네 세계가 좁아지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마음이 단단해져 간다는 게 마냥 좋은 건가? 나와 세계의 경계를 더 명확하게 지어버리는 건 아닐까? 더 놀라지도, 더 불안하지도, 더 상처받지도 않으면 좋긴 할 텐데, 그만큼 나와 세계를 구분하고, 단절된다는 의미는 아닐까? 새로운 만남, 경험, 기회가 줄어가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불안하고, 두렵고, 아프면서도 세상에 덤비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보이면 ‘어떻게 저 사람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고, 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싶어지는 것 같다.


사족) 사실 노래는 아무런 죄가 없는데. 멜로디도, 목소리도 아무런 죄가 없는데. 내가 괜히 그것들을 통해서 가수를 떠올리고, 싫어하는 마음을 낸 건데. 노래는 그냥 노래로 들을 수 있다면, 더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노래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19. 쓰레기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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