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음식점이 많은 골목이었는데, 쓰레기 더미 옆을 지날 때 냄새가 났다. 우리는 얼굴을 찌푸리며 지나쳐왔다. 음식점을 둘러보던 J는 아까의 냄새 때문에 속이 안 좋아서 밥맛이 떨어졌다고 했다. ‘아까 지나갔는데? 계속 그 상(相)을 붙잡고 있구나’ 싶었다. 문득 여인을 업고 강을 건넌 스님 이야기가 떠올랐다.
경허 스님과 사미(沙彌)가 길을 가고 있었다. 둘이 시냇가에 다다르자, 한 여인이 시내를 건너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게 보였다. 경허 스님께서는 여인을 업고 시내를 건넌 뒤, 사미와 함께 가던 길을 갔다. 사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출가자가 여인을 업은 게 말이 안 되어서 경허 스님께 여쭈었더니, 경허 스님께서는 “나는 여인을 아까 시내에 내려두고 왔는데, 어찌 너는 계속 업고 있느냐?” 하셨다더라. *
(언뜻 듣기에는 귀신 얘기 같기도 하다 ㅋㅋㅋ)
J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스님이 여자를 업어도 되냐고 했다. 내가 사람 돕는데 남자 여자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J는 술 취한 여자가 부축해달라면 해줄 거냐고 물었다. 나는 (마음의 거리가 먼) 여인보다 네 기분이 중요하기에 그렇게 하지 않을 거고, 다른 방법을 찾을 거라고 했다.
이후에 돈가스를 먹으러 갔는데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이 있어 기다려야 했다. J가 이름을 적어두고 입구 쪽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남자 둘이 들어오다 말고, “많이 기다려야 되나?” 했다. 그래서 J와 내가 동시에, 저기 앞에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남자 둘은 고맙다고 하고 이름을 적으러 갔다. 내가 J에게 “이렇게 도와주는데 남자 여자가 어디 있냐” 하니까, J는 상황마다 다른 거 같다고 했다.
돈가스를 다 먹고 카페에 갔는데 J가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누가 어떻게 썼는지, 더러워 보이는 휴지가 있어 치우고 나왔다’라기에 나는 "나는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대단하다”라고 했다. '길에 보이는 쓰레기를 주워야겠다'라고 마음을 내서 행동하면, 쓰레기를 주워도 ‘주웠다’는 상에 매이고, 줍지 않아도 ‘줍지 않았다’는 상에 매이기 때문에, 마음을 내지 않은 채 무심(無心)으로; 내가 이해하기로는, ‘마음을 냈다’, ‘행동을 한다’는 상에 매이지 않고 해야 어디에도 매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인데, 그렇게 행동하는 게 대단하다고 했다.
J는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 않겠냐고 했다. 하지만 나는 J의 심성이 바른 것을 알고 있다. 3주 전 서울에 갔을 때 시내버스 뒷좌석에 같이 앉았는데, 어느 아주머니께서 보따리 짐을 갖고 타셔서 J가 “자리 비켜드려야겠지?” 하더니 바로 일어나던 것을 기억한다. 착하고 착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