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
#20250210 #돌빵 #인연
자동차 앞 유리에 돌빵이 생겼다. 운전하는데 갑자기 유리가 깨지는, 쩍-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차에 있던 양주가 깨졌나 했다. 돌빵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나중에 보니 블랙박스 카메라 옆쪽으로 새끼손톱만 한 돌빵이 생겼다. 위치가 그래서 다행히 운전할 때 시야에는 큰 영향은 없다.
지금은 새끼손톱만 한데 이게 점점 커지는 경우가 있다더라. 근데 돌빵 복구 비용은 10~20만 원이라고 하고, 유리를 통째로 교체하는 비용도 20만 원이라더라. 언제 더 커질지, 깨질지도 모르고 계속 찝찝하느니 앞 유리를 통째로 갈아버리는 게 나을지, 아니면 그냥 돌빵만 해결할지 모르겠다.
일단은 이 돌빵을 보고서 당장 들었던 생각은 당연히 ‘아, 돌 맞았네.’였다. 그다음에는 어차피 맞아야 했던 돌이라면 시야를 안 가리는 위쪽에, 그렇게 크지 않게 생긴 거에 대해 감사해야 하나 싶었다. 더 크게, 시야에 지장이 있게 맞았을 수도 있는데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려나? 어차피 맞을 거였다면.
인연(因緣)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인연을 믿는다면, 내가 생을 거듭하며 오래전부터 심어놓은 것들이 아주 많을 텐데 그걸 언제 어떻게 돌려받느냐의 문제이지 않은가? 나는 중생이라서 웬만하면 안 괴롭게 돌려받고 싶다. 괴로운 건 싫다. 부처님도, 보살님도 괴로운 건 싫으실 거다. 다만 성인들은 괴로움의 시작과 끝을 다 아시고, 마음도 안 일어나실 테지. 일어나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으시겠지. 나는 괴로움의 시작도 끝도 모르고, 그래서 억울하다/화난다/짜증 난다 등등의 마음도 일어나고, 거기에 머무르기 때문에 윤회하는 것일 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는 거겠지? 그래서 어차피 맞아야 하는 거였다면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