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를 다녀오며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 불수복덕

by 초이

#20251029 #주는마음 #받는마음 #공 #불수복덕


고모가 수련회 신청을 놓쳤나 보다. 신청은 했는데 돈을 내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단다. 다른 법회에서 아빠가 고모에게 왜 챙김을 받으려고 하냐고, 네가 다른 사람들을 챙겨야 다른 사람들도 너를 챙긴다고 하셨단다. 다행히 지부장님의 배려로 고모는 돈을 내고 수련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 말씀을 듣고 수련회장까지 4시간을 운전하면서 든 생각은 그간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매해 봉축 행사 때마다 이걸 즐기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느냐고, 다들 준비하기 바빠서 아무도 못 즐긴다고 아빠께 투덜거렸다.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모르겠다고 그랬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행사를 준비한답시고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오롯이 즐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그런 마음이 일어났던 것 같다. 근데 내가 왜 즐겨야 하지? 부처님 오신 날이면 부처님께서 주인공인 날이 아닌가? 결국은 나도 누군가가 날 챙겨줬으면 하고, 몸이 편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작년 초 아빠께 퇴직 선물로 노트북을 사드리면서, ‘주는 사람의 마음’과 ‘받는 사람의 마음’에 관해서 생각을 정리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결론은 ‘받는 사람의 마음’은 없다는 것이었다. 불교에서는 ‘주는 마음’밖에 없다. 부처님도 보살도 ‘주는’ 존재이고, 중생들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는 존재. 무언가가 되어주는 존재. (모진 질병 돌 적에는 약풀 되어 치료하고, 흉년 드는 세상에는 쌀이 되어 구제하는*) 보시를 받으면 받은 만큼(혹은 그 이상으로) 법 보시를 해주고. 어떻게든 불교와의 인연이 닿도록, 끝내는 해탈하도록 돕는 존재.


금강경에도 보살은 불수복덕(不受福德, 不取福德**)이라고 했다. ‘복덕을 받지 않는다’. 왜? 복덕이 ‘있다’라고 하면 ‘있다’라는 생각에 매이기 때문에 받지 않고, 또 복덕의 성질이 공(空)하기 때문에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받지도 않고, 받을 수도 없는 것. 인과(因果)의 세상이니 좋은 일(善業)을 많이 지으면서도, 그 자체가 환(幻)이니까 한 적이 없는 것.


수련회를 준비하면서 아주 많은 분이 답사도 다녀오셨다. 마땅한 음식점을 찾아 헤매기도 하시고, 장소와 시설을 확인하시고, 인원들과 방과 차를 조정하시느라 고생하시는 걸 봤다. 나는 첫째 날 밤 11시 정도로 늦게 도착했는데, 그때까지 장기자랑 리허설을 하고, 타임라인을 맞춰보고 많은 사람이 고생하시는 걸 봤다. 부장님, 부부장님도 새벽부터 방송 준비하시느라, 부원들도 촬영하느라 고생했다.


행사 중간중간에 음료, 수박 등을 나르고 준비하고, 일정에 맞게 돌아가게 하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다들 서로를 위하는 마음들뿐이었다. 몽글몽글하고 붕 뜨는 기분이었다. 나도 아주 조금이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내려가는 길에도, 자은도에 가서도, 올라오는 길에도 비가 아주 세차게 내렸다. 그럼에도 나는 꿋꿋하게 내려가고 놀고 올라왔다. 험난한 운전을 하면서 나는,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해도 해야 하는 일을 묵묵하게 해나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 이산 혜연선사 발원문, 동국대학교 정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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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반야바라밀경,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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