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각

문득문득 단상 모음

by 초이

#20260408 #아기 #부모


# 아이에게 나는 식당이고 소화제이고 화장실이고 목욕탕이고 의상실이고 요람이고 놀이터이고 학교이고 ... 그 모든 단어를 포함한 게 ‘부모’구나.


# 아이의 눈은 엄마처럼 크고, 코는 아빠 코를 닮았다. (아빠 코는 할머니를 닮았다) 세모난 입은 아직 모르겠네. 살짝 접힌 귀는 엄마를 닮기도 하고. 두상은 아빠를 닮아서 둥글다. 팔다리가 길쭉한 건 엄마를 닮았다. 엄지손톱은 아빠를 닮았네. 피부 톤도 아빠를 닮고, 어제 보니 발가락이 엄마처럼 길다. (아빠는 뭉툭한데)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있구먼.


# 아이가 멍하니 천장이나 창밖을 볼 때면, 뭔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영혼 세계의 누군가가 아이의 영혼이 육신에 잘 들어갔나 봐주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그래서 아이가 속싸개를 해서 불편해하거나 찡찡거리는 걸 보면, 원래는 자유로웠던 영혼이 이 작은 육신에 갇힌 게 불편해서 그런 건 아닐까 하고.


# 아이는 전등같이 빛나는 걸 빤히 쳐다볼 때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아이가 빛 자극을 쫓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면, 본론보다 해설과 각주가 더 긴 <티벳 사자의 서>가 떠오른다. 이 책은 죽음 이후 영혼 상태에서 보이는 빛을 따라가라고 한다. 처음 보이는 빛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다음 빛, 그다음 빛 순서로, 그 빛에 따라서 환생하는 세계가 달라진다고 한다. 제일 처음 투명한 빛이 제일 좋고, 그다음은 그다음이고 하는 순서로. (근데 어차피 자기 근기에 따라서 갈 수 있는 세계는 다른 거 아닌가 싶다. 의지로 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 빛의 성질과 자신이 너무 다르면 견디기 힘들지 않나 싶다)

아무튼, 아이가 빛을 자꾸 보는 건 자기가 놓친 빛을 아쉬워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 아이 탄생 40여 일 차. 여태 만난 사람 목록

출생 당시: 산부인과 교수님, 전공의 1명, 간호사 3~4명, 엄마, 아빠

출생 직후: 신생아실 간호사 1명, 외할머니, 큰이모&큰이모부, 작은이모, 외삼촌

병원: 신생아실 간호사 3~4명, 검사실 선생님 2~3명

조리원: 조리원 원장, 돌봄 선생님 4~5명

집으로 와서: 아 돌보미 이모, 친할머니&할아버지

벌써 30명 가까운 사람을 만났네.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이 도와야 한다더니. 나도 그렇게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겠지. 감사해야겠다. 어떻게 갚지? 내가 가진 능력으로 주변을 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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