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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Dec 10. 2021

<아바타> (2009)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아바타라니?!

#20211210 #아바타 #brain-computer interface


 영화 속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현실에서는 하지마비의 퇴역 군인이지만, 쌍둥이 형의 유전정보로 만든 나비 족 아바타에 접속하면 나비 족 최고의 전사이다. 지구로 돌아가면 하지마비는 고칠 수 있지만, 나비 족들을 저버려야 했다. 그는 결국 나비 족을 택하여 언옵타늄만 원하는 인간들을 판도라 행성에서 몰아내고 새로운 몸에서 눈을 뜬다.

한쪽에선 비루한 삶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최고의 전사라니


 언옵타늄을 얻기 위해서 파커 사장과 쿼리치 대령은 군대와 총을 이용했지만, 그레이스 박사는 나비 족들과 친해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그들의 언어, 문화 등을 배우고, 지구의 문화도 가르치고 학교도 지어줬다. 그들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나비 족 아바타를 만들었다. 이 아바타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링크룸에 들어가고 프로그램을 작동하면 되는데, 나는 이 부분이 참 신기했다. 현실에 있는 사람의 의식이 다른 몸에서 눈을 뜬다? 그동안 실제 몸은 어떻게 되지? 어떻게 아바타를 움직이지? 아바타를 통해 느껴지는 오감은 어떻게 느껴지는 거지? 이런 의문들이 이어졌다.

아바타와 링크할 수 있는 기계


 우주로 외계 행성에 가고, 스타크래프트의 골리앗 같은 기계도 있는 시절의 이야기이니까 말도 안 되는 건 아니겠지만 한 번 기술적인 부분을 따져보자. 링크룸에 사람이 눕고 프로그램을 켜는 것만으로도 아바타에 접속하려면, 우선 머리에 전극 등 무언가를 붙이지 않았으니 ①비침습적으로 뇌파를 인식하고, ②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링크룸에서 신호를 보내면(주로 운동 신호겠지?) ③아바타에는 그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수신기가 있어야 하고, ④신호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운동 신경계가 있어야 한다. (cf. 그게 아니라면 뇌파를 바로 보내고 아바타의 몸이 그 뇌파에 맞게 바로 움직일 수 있으면 된다) 또한, ⑤아바타가 느끼는 오감을 받아들이는 감각 신경계가 있어야 하고, ⑥그것을 신호로 변환해서 본체의 뇌로 보내는 컴퓨터, 발신기가 있어야 한다. ⑦링크룸에는 그 신호를 수신해서 본체의 뇌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신호를 뇌파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거, 생각보다 매우 복잡한 일이었다.


 2014년 뇌파(EEG)와 경두개자기자극술(TMS)를 이용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손을 움직인 연구가 있었다.* 간단하게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움직여 키보드의 스페이스 바를 누른 것이지만, 앞서 말한 ①, ③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게 대략 8년 전 연구와 기사였으니 지금은 기술이 얼마나 더 발전했을지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A direct brain-to-brain interface in humans」, Figure 1. Experimental Set-up


 P는 주식에 관심이 많아 미래의 사업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시대를 바꾼 물건에 관해 얘기하던 중 스마트폰, 전기차&자율주행 다음으로 메타버스(Metaverse) 얘기가 나왔다. Facebook이 메타버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2014년에는 Oculus를 매입하여 horizon worlds를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Meta’로 이름과 로고도 바꿨다. 요즘 10대들은 ‘제페토(Zepeto)’라는 앱을 많이 한다는데,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외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으며, 가상공간에서 만나고 논다고 한다. 구찌나 샤넬 같은 기업이 그 가상공간에서 옷을 팔기도 하고, 땅도 사고팔기도 한다고 했다. P는 기업들이 그런 가상 플랫폼을 통해 광고 수익을 노린다고 했다.

Oculus의 Horizon world와 Zepeto


 메타버스는 특별한 개념이 아니다. 가상공간에서 사람을 이어주는 모든 것이 메타버스다. 버디버디, 네이트온, 싸이월드, 카카오톡, 각종 온라인 게임들도 다 메타버스에 속한다. 코로나 시대로 확 다가왔지만, Zoom, google meet 등도 다 메타버스의 한 종류다. 브런치도 메타버스겠지? 그런 것들이 좀 더 실시간으로, 실제와 가깝게 변하고 있어 최근 메타버스의 변화가 크게 와닿는 것 같다.


 현재 10대들이 활동할 10~30년 뒤의 세상에서는 가상현실이 당연할 수 있겠다 싶다. 그들이 어렸을 때 누린 문화가 그것이고, 또 그들이 이끌어 갈 문화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은 대개 인간의 오감(五感) 중 시각과 청각에 의해 메타버스가 인식되는데, 후각이나 미각, 촉각을 위한 기술이 발전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매트릭스」에서처럼 목 뒤에 코드를 꽂아서 신경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줄 수 없다면, 말초 감각계를 자극하는 부가적인 방법이라도 추구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최근에 눈여겨본 뉴스들이 몇 개 있다. 하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가상현실을 지금 내 몸의 감각으로 인식하는 거다. 이는 가상현실을 좀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줄 수 있다. 오큘러스로 시각, 청각은 커버가 되지만, 촉각을 느끼게 해주는 장갑도 개발되고 있고**, 그 기술이 개발된다면 장갑을 넘어서 옷도 생기겠지? 미각이나 후각도 인체해 무해한 화학물질들의 조합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receptor 부분인 말초신경계를 공략하는 것이 한 방법이고,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매트릭스에서처럼 아예 뇌 자체에 신호를 보내는 식으로도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원숭이 뇌에 전극을 심어서 거기서 나오는 뇌파로 게임을 하거나***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글씨를 쓰는**** 등 생각만으로 가상/현실의 무엇을 움직이게 하는 것. 마치 염력 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의 사뮈엘 핀처 박사처럼 눈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 생각만으로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니!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돼지, 원숭이를 넘어 언젠가 사람 머리에 전극을 심어 뇌에 직접 전기자극을 주거나, 뇌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이용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할 거라는데, 그렇게 된다면 어떤 미래가 될지 두려우면서도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High-performance brain-to-text communication via handwriting」, Figure 1.




 제이크 설리만 아바타를 입었던 게 아니다. 대위도 아바타를 입었다. 나비 족과 대화하는 아바타가 서로 달랐을 뿐이다. 한 명은 나비 족의 옷을 입고 그들 안으로 들어가는 쪽을 택했다면, 다른 한 명은 기계 옷을 입고 그들과 싸우는 쪽을 택했던 것뿐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를 탔을 때는 자동차가 내 몸의 일부이고, 엘리베이터에 타면 엘리베이터가 내 몸의 일부이다. 지금의 내 몸도 영혼이 입은 옷에 불과하다. 진리가 ‘나’라는 아바타를 이용해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이 아바타가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쓰다 보면, 아바타가 닳아 없어져 깨달을 수 있다. 그렇게 바르게 사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팔정도(八正道)육바라밀(六波羅蜜)이다. 생각 하나, 행동 하나를 하더라도 내가 아닌 진정으로 남을 위할 수 있다면 언젠가 해탈할 수 있을 것이다.



* R. P. N. Rao, A. Stocco, et al, A direct brain-to-brain interface in humans, PLoS ONE, 9(11), 2014

* 한겨레, 「타인의 뇌를 조종할 수 있다면?」,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606946.html#csidxf6ebb334de93131aefd6365cb68c747, 2013.10.14.      

** UNIST, 「손으로 만지고 느끼는 가상현실(VR) 장갑 개발」, https://news.unist.ac.kr/kor/20210927/, 2021.09.29.      

*** SBS, 「뇌에 칩 심은 원숭이...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 https://www.youtube.com/watch?v=DwXGVqmnXIY, 2021.04.10.  

**** F. R. Willett, D. T. Avansino et al, High-performance brain-to-text communication via handwriting, Nature, 593, 249-254, 2021

(정확히 말하면, 펜으로 종이에 글씨를 쓰는 것을 상상한 것이므로, 운동 신경계의 뇌파를 썼을 것이다. ‘종이에 글씨를 쓰는 생각’을 하면 그 뇌파를 파악해 컴퓨터에 글씨가 써졌고, AI는 이를 학습해서 정자로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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