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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l 04. 2022

수경, 김 서림 방지제를 사며

저마다의 그릇 

#20220628 #저마다의그릇


 있던 수경이 갑자기 없어져서 새로 하나 사야 했다. 수영장 안에 있는 조그마한 매점에 갔더니 여러 가격의 수경이 있었다. 제일 싼 수경을 들고, 얼마냐고 물어보니 아주머니께서 만 원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수경 상자에는 ‘8천 원’ 바코드가 붙어있었다. 말을 할까 말까 하다가 했더니, “코로나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라고 하시면서 8천 원에 해주겠다고 하셨다. '내가 너무 박했나?' 싶어서 “사람들이 가격을 오해할 수 있겠다.”라고 어색하게 한마디 했다. 


 대략 3주 뒤, 수경에 자꾸 김이 서려서 다시 거기에 가서 물어봐야겠다 싶었다. ‘물건이 이상했던 거면 환불받아야지’ 하고. 아주머니는 안 계시고, 아저씨가 계시기에 수경에 자꾸 김이 서린다고 여쭤봤더니, 처음 한, 두 번은 괜찮은데 나중에는 anti-fog(김 서림 방지제)를 발라줘야 한다고 하셨다. 그건 얼마 하냐고 물으니까, 이것도 만원이라고 하셨다. 만 원이 아까웠지만, 수영하는데 앞이 안 보이면 불편하니까 샀다. 매점에서 나오는데, 바가지를 쓴 건 아닌가 찝찝해서 쿠팡에 검색해보니 싼 건 4,500원부터 8,000원 전후로 다양하게 있었다. ‘환불할까?’ 하다가 그냥 이전에 수경을 싸게 샀던 것과 퉁치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 하는 게 맞았을까? 정답은 없을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하든 내 마음에 덜 남으면 되는 게 아닐까? 싸게 사지 못했다고 계속 마음에 남을 것 같으면 도로 들어가서 환불해달라고 하고, 쿠팡에 시켜서 며칠 기다렸어야 했고, 지금처럼 그냥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길 수 있으면 넘어가는 거고. 다 각자의 그릇대로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더 큰 그릇은 작은 그릇을 포용할 수 있지만, 크기가 비슷한 그릇은 부딪힐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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