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확실히 물질이 의식의 주체가 될 수 있었던 곳이다
#20230402 #코스모스 #Cosmos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우리 몸을 이루는 수소(H), 탄소(C), 산소(O), 질소(N), 철(Fe) 등의 원소들은 모두 별(항성)의 핵에서 만들어졌다. 지구의 모든 원자도 다 별에서 만들어졌다. 별은 핵융합 반응을 통해 원소들을 품었다가 생명이 다하여 폭발한다. 이때 원소들은 우주 공간으로 퍼지고, 원소들이 뭉쳐서 다시 우리 태양과 같은 항성과 행성들을 만들어진다. 그중에도 우리는 특별히 생명을 받아 진화를 거쳐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책에서 가장 감명받은 한 문장을 꼽으라면 단연 이것이다. “이곳은 확실히 물질이 의식의 주체가 될 수 있었던 곳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몸의 성분이나, 아무 데서나 굴러다니는 돌의 성분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기적 같은 일이다.
저자는 우주로 나아가는 보이저호를 돌려 지구를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우주 저편에서 찍힌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 불과했다. 그는 『창백한 푸른 점』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모두 바로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일부 생략)” 광활한 우주에서 생명과 의식을 가진 존재가 우리뿐이라고 하면 너무 아깝다. 어쩌면 그런 확률이기 때문에 야운비구(野雲比丘)는 자경문(自警文)에서 ‘主人公아 汝値人道가 當如盲龜遇木이어늘 一生幾何인대 不修懈怠오(주인공아, 그대가 사람 몸 받아 태어난 것은 응당 저 눈먼 거북이가 우연히 나무토막 만난 격인데 한 생이 얼마나 된다고 닦지 않고 게으름을 부리는가)’라고 표현한 게 아닐까?
이 책은 지구와 태양계의 행성들과 우주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우주 시대를 맞을 우리의 태도까지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그것들을 엮어낸 사고력에 경의를 표한다. 우주에 대한 저자의 호기심과 인류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책 전반에서 묻어난다. 책은 두껍지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별에서 태어나서 의식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는 지구라는 작디작은 배에 탄 선원들이다. (아직은) 다른 배로 옮겨탈 수도 없고, 배를 침몰시켜도 안 되니 우리의 문명을 잘 지켜내자. 그리고 우주 문명권의 어엿한 구성원이 되자.’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태초에 빛(the Big Bang)이 있었다. 그날 이후로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 우주는 어디까지, 언제까지 팽창할 수 있을까? 우주가 가진 에너지의 총합이 정해져 있다면 우주 팽창에는 한계가 있을 텐데. 반면, 팽창되는 우주의 밖에는 뭐가 있을까? 아니면 시간과 공간이 ‘창조’되고 있는 걸까? 우주의 팽창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우주에 대해서 생각하면 끝이 없다. 부처님께서도 이런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런 질문들을 가진 사람도 여전히 괴로움을 갖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답은 이치와 법에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 안에 살고 있으니 우주가 궁금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내게 닥친 괴로움을 해결하고 의식을 넓혀가는 것이다. 내가 가진 의식을 조금씩 넓히다 보면 어느새 우주처럼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날이 와서 모든 존재들을 포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십사무기(14무기(無記)), 위키피디아, 2023.03.31.
https://ko.wikipedia.org/wiki/%EC%8B%AD%EC%82%AC%EB%AC%B4%EA%B8%B0
**김현희 선생님의 코멘트를 참조하여 글을 정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