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Aug 08. 2023

32. 정선 파크로쉬를 다녀오다

내 할 일을 하는 것, 마음 챙김 -> 흘려보냄

#20230807 #파크로쉬 #隨緣行 


# 1층에는 아틀리에 홀이라고, 아기들이 엽서를 만들고 색칠 놀이하는 방이 있었다. 우리가 들여다봤을 때 한 무리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엽서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와 J는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지나왔다. 


 나중에 다시 들여다보니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 없고, 지저분하게 흔적만 남아 있었다. 먹고 남은 우유 팩도 있었고, 자기들이 사용한 색연필도 이리저리 흐트러뜨려 놓고 갔더라. 나는 속으로 ‘에이 쯧쯧’ 하고 있었는데, J가 먼저 치우길래 나도 냉큼 치웠다. 깔끔하게 해 놓으니 기분이 좋았다. 물기 있는 휴지로 탁자를 닦으니 색연필 얼룩이 지워졌다. J는 쓴 사람들이 치우고 가지 않은 것에 대해 얘기했지만, 나는 우리가 치운 만큼 우리의 마음이 깨끗해졌으니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그만큼 그들의 업(業)을 치운 거라고 혼자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또 다른 한 무리가 들어가서 쓰고 있었다. 나는 우리가 치웠기에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더럽다고 생각하면 쓰기 싫지만, 깨끗하면 이용해보고 싶어질 테니까. 그래서 괜히 뿌듯했다. 




# mindfulness. 마음 챙김. 받아들임 -> 흘려보냄


 파크로쉬가 있는 숙암마을의 숙암은 묵을 숙(宿) 바위 암(巖)으로, 명상 선생님에 따르면 어느 장수가 적에게 쫓기다가 이곳에서 잠들었는데, 푹 자고 일어나서 전쟁에서 이겼다고 한다. 그 이야기에서 숙암이라는 마을 이름이 나왔고, 그 장수는 나중에 가리왕이 되어서 주변의 산이 가리왕산이라고 했다. 


 오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숙암 명상은 그 장수가 잘 잤던 것처럼 우리도 잘 잘 수 있게 하는 명상이었다. 몸 각 부위의 감각에 집중하고, 알아차린 감각, 생각 등을 놓아 버리는 것이었다. 듣다 보니 결국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였다. 나는 발을 거쳐 다리의 감각에 집중할 즈음부터 코를 골았나 보다. J가 옆에서 자꾸 내 팔을 흔들어 깨웠다. 나중에 들어보니 나만 코를 골았고, 그로 인해 몇몇이 웃었다고 한다. 나는 내가 명상의 취지에 가장 잘 맞았던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인드풀니스, 마음 챙김. 나는 ‘받아들임’이라고 쓰고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받아들인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명상에서 했던 것처럼 ‘놓는 것’이 답이 아닐까 싶었다. 무언가를 ‘챙기고’ ‘받아들이’는 건 어감상 나에게 쌓아두는 느낌이지만, 놓고 흘려보내는 것은 말 그대로 보내는 것이니까. 그래서 ‘마음 챙김’, ‘받아들임’이라는 표현보다, ‘흘려보냄’이라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싶었다. 마음의 문제들은 사람에/상황에 머무르기에 생기는 문제들이니까 흘려보낸다고 하면 좀 더 사람들이 이해하기가 쉬울는지? 

창 밖으로 보이는 전망이 푸르고 상쾌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31. 내 할 일을 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