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을 협박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나는 대학시절 교수님을 협박했다.
내가 개X같은 가이드가 되지 않고
개X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었던 건
죽어버린 엄마와 선배의 사명이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나를 무의식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건
교수님의 자필 장학생 추천서다.
대학생 시절 나는 유명했다.
고등학생도 아닌데 대학생이
학교에 12시간씩 있으니
수업을 가도 도서관을 가도
휴게실을 가도
심지어 다른 과 수업을 가도
내가 있으니 신기해할 정도였다고 한다.
과대표, 동아리 3개, 도서관 근로장학생
봉사활동, 학점관리,
퇴근 후 야간 농수산물 까대기 알바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 아니
이 한 시간 한 시간 너무나도
소중하기에
헛되이 보낼 수 없었다.
낮에는 멀쩡한 대학생으로
밤에는 허름한 츄리닝의
농수산물 까대기 직원으로
| 마치 괴도처럼 혹은
| 지킬 앤 하이드처럼
이렇게 생활하는 것을 학교사람들은
몰랐다. 그저 밝고 바쁜 학생으로 알았다고 한다.
나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고,
하지만 어머니의 부고를 알린 후
교수님은 뒤늦게 나의 사정을 아셨다.
"그저 성실하고 밝은 학생으로만 알던
돈독이 너의 상황을 말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다.
어렸을 적 엄마가 없다는 게 부끄러워
거짓말을 했던
어린아이가
아닌 이제는 어른이기에
있는 그대로를 말씀드렸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다 들으시고는 한참을 또
나를 바라보셨다.
나는 그 눈빛을 안다.
어른으로서 혹은 같은 사람으로서의
미안함과 애잔함,
그리고 현실의 벽.
그날은 그저 내 얘기를 듣기만 하시고
별말 없이 나를 보내셨다.
| 하지만, 그 이후 교수님 방은 밤늦게까지
|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교내, 교외 장학금을 어떻게든
내가 받을 수 있게
| 불철주야
| 사방팔방
도와주셨다.
| 이 상황을 모르는 누군가 그랬다.
| 교수님 어디에 협박당한 거 아니야?
| 연구실에서 나오질 않는다고 하시던데?
그래, 내가 협박범이지
내가 협박한 게 아니라
나의 상황이 교수님을 협박받게
만들었나 보다.
교수님은 수업과 연구에 바쁘실 텐데도
꼭 장학생 추천서를
불편하지만
자필로 써주셨다.
사회생활을 하니
이제야 왜 그렇게까지 자필로
써주셨는지 이해가 된다.
| 그래서 눈물이 난다.
| 교수님을 나를 학생을 넘어
| 제자로서
| 한 사람으로서
정말 잘 성장해 나가길 바라셨고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래서 1%라도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불편한 방법으로
매번 추천서를 자필로 써주셨던 것이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를 아껴주셨는데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성공으로 달려가고 있어요.
지켜봐 주세요.
본의 아니게 교수님을 협박하고
그렇게 또
.
.
.
살아버렸다.
『불행팔이소년: 나는 이렇게 살아도 살아버렸다』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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