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오지게 좋은 날이다.
혹시나 했던 불안감이 역시나가 돼버렸다.
이번 연도 최고 성과를 내고
최고 매출을 냈다.
작년에 투자했던 재테크가
몇 배나 올라 수익이 생겼다.
겹경사였다.
남들한테는 위와 같은 일이 당연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굉장한 성과이자 소득이자
눈물이 날 정도의 일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계속되는 불안감이 있었다.
이번 연도에 유독 좋은 일이 많이 있네
행복해야 하는데 설명하지 못할 불안감이 있었다.
나는 행복하면 그만큼의 대가가 있을 텐데
아닌가
그전에 개고생한 걸 그나마 조금 보상받는 건가?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시한부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
그 생명 보험금을 탕진한 외삼촌
사업 실패 후 행방불명된 아버지
그렇게 돈을 벌러 태국을 가서
나를 이끌어 준 선배의 죽음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와 이제 자리를
잡아 성과도 내며 힘들지만 남은 날들을
행복하길 바라는 게 아니라
덜 불행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이보다 더 힘든 일이 생기다니
하루에 한 번 웃으며 사는 것조차 사치가 돼버린 듯하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 운수 좋은 날에
김첨지가 그날따라 돈이 잘 벌어 운수가 좋은 그날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 왔지만 이미 죽어버려
먹지 못한 것처럼
이상하게 이번 해에 기쁜 일들이
많았지만 운수 좋은 해처럼
대가는 너무나도 나에게 크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버렸다.
정말로
그렇게 살아버렸다.
『불행팔이소년: 나는 이렇게 살아도 살아버렸다』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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